ADVERTISEMENT

'면접 족보' 챙긴 의정부, 4300명 취업 시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16일 수도권전철 1호선 회룡역에 위치한 일자리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상담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해 6월 의정부시가 한국마사회 의정부 실내경마장에서 주최한 채용박람회 모습. [사진 의정부시]

전문대 항공정비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3월 군 복무를 마친 노건호(25)씨. 제대 후 공공기관 계약직에 지원했다가 탈락했다. 그 후로도 반년 가까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다 의정부시 ‘일자리센터’를 찾았다. 얼마 뒤 일자리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한전 경기북부본부에서 직원을 뽑는데, 보일러산업기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노씨는 군 복무 때 보일러기사 자격증을 따놓은 참이었다. 이후 일자리센터는 맞춤형 교육을 했다. 과거 한전 경기북부본부의 ‘면접 족보’를 놓고 실전 대비 훈련을 했다. 노씨는 결국 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 올해부터 직장에 다니고 있다.

 김성호(53)씨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대기업에서 퇴직한 뒤 이런저런 일자리를 전전했다. 그러다 2013년 10월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얻어 아파트 관리소장직을 두드렸다. 인터넷·우편으로 100여 차례 지원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면접을 한 것도 단 한차례 뿐이었다. 김씨는 올 2월 우연히 수도권전철 1호선 회룡역에 ‘의정부시 일자리센터’가 있는 것을 보고 도움을 요청했다. 센터는 의정부시 5개 아파트에 김씨의 원서를 보냈고, 그 중 한 곳에 합격했다. 김씨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추천한 게 일자리를 얻는 데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의정부시가 일자리 알선의 메카로 떠올랐다. 직접 직업을 알선해 지난해 4327명을 취업시켰다. 2013년 1640명에 비해 164% 증가했다. 경기도의 도시 가운데 증가율 1위다. 2위인 안양시(81%)의 두 배가 넘는다. 알선 취업자 연령 분포도 골고루다. 29세 이하가 720명(공공근로 포함), 30대가 758명이고, 60대 이상도 803명에 이른다.

 비결은 크게 세 가지다. 일자리 센터를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전진 배치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고, 면접 족보까지 구하는 식으로 사람을 구하는 기업을 철저히 분석해 합격률을 높이며, 거리를 훑어 숨은 일자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의정부시는 일단 지난해 1월 전철 1호선과 의정부경전철 환승역인 회룡역에 일자리센터를 냈다. 500여 권 책을 갖춘 북 카페까지 차려 편안한 분위기에서 상담을 하도록 했다. 교통이 편한 곳에 일자리센터를 만들자 오다가다 보고 들르는 사람들까지 생겨 방문객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구인업체들까지 이 곳에 오게 됐다. 회룡역 일자리센터 박지현(43·여) 직업 상담사는 “구인업체들이 이곳을 직접 찾아와 여기서 취업 희망자들과 현장 면접을 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의정부시는 회룡역 뿐 아니라 14곳 주민센터에도 일자리 상담사를 배치했다.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서 일자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취업 노하우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했다. 관내 주요 기업들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과거 면접에서는 어떤 질문이 나왔는지를 파악해 취업 희망자들에게 맞춤형 훈련을 시킨다. 취업 성공률이 높은 이유다.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작은 점포에 들러 혹시 일손이 필요하지 않은지 파악도 하고 있다. 작은 점포들은 일손이 달려도 비용을 아끼려 광고를 내지 않고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사람을 구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일자리 발굴단’이라는 조직을 만들어서는 발로 뛰어 풍성한 일자리 정보를 얻어 구직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있다. 노인이나 직업 경험이 없는 주부 같은 ‘면접 취약 계층’은 면접장 인근까지 동행하면서 마지막으로 코치도 한다. 시험장까지 가기가 불편한 구직자를 위해 전용 차량으로 호송 서비스도 하고 있다.

 자체로 취업 박람회도 연다. 올해 기업·단체와 연계한 4차례 취업 박람회가 예정돼 있다. 그 첫 행사가 17일 송산동에서 29개 업체를 초청해 개최하는 ‘찾아가는 희망 일자리 채용박람회’다. 여기서 모두 165명에게 일자리를 찾아줄 계획이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일자리를 찾아주는 게 최고의 복지라는 생각에 일자리 알선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며 “지자체 입장에서도 소득세를 더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