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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수자원공사 20년 물싸움 마침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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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소양강댐 물값을 둘러싼 춘천시와 한국수자원공사 간 물값 논쟁이 20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춘천시의회가 물값 납부가 수반되는 맑은 물 공급사업(취수 방식 변경)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어 물값 문제에 대한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춘천시의회는 16일 본회의를 열고 취수원을 댐 하류에서 댐 안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안정적인 맑은 물 공급 의무 부담 동의안’을 찬성 12표, 반대 9표로 가결했다.

 취수원을 이전하면 앞으로 춘천시는 수자원공사에 연간 8억4000만원의 용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수돗물 취수원이 소양강댐 아래에 있어 수자원공사의 물값 요구를 거부했지만 취수원 이전으로 더 이상 거부할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과 시민단체들도 이를 반대했다.

 동의안이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춘천시는 취수원 이전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춘천시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140억원을 들여 댐 안의 취수탑과 정수장 사이 3㎞ 구간에 관로와 가압장을 설치하는 공사를 벌일 계획이다.

 춘천시는 취수원을 댐 안으로 이전하면 현재보다 전기요금과 인건비가 줄어 수자원공사에 물값을 지불하더라도 연간 취수장 운영비가 20억원에서 4억원 정도 절감할 수 있고 물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과 시민단체는 기득수리권과 댐 건설로 인한 주변 지역 피해 등을 들어 수자원공사에 물값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취수원 변경을 위한 사업비 140억원 중 국비 7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춘천시가 분할 상환하는 것도 부담이란 주장이다.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는 16일 의회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서에서 “평소에는 시민의 대표를 자처하면서 정작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왜 단 한 번도 시민의 의견을 묻지 않느냐”며 “춘천시가 주장한 재정 절감 효과가 발생되지 않거나 시민이 내야 할 물값이 상승하는 등 취수원 변경으로 인해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결정으로 춘천시는 20년간 납부를 거부해온 물값을 수자원공사에 지불하게 됐다. 춘천시와 수자원공사는 1995년부터 물값 논쟁을 벌였다. 수자원공사는 댐건설지원법을 근거로 춘천시에 물값을 부과했지만 춘천시는 ‘댐 건설 이전부터 소양강에서 취수했고, 댐 하류에서 취수하기 때문에 물값을 낼 수 없다’며 버텼다.

 댐건설지원법은 ‘댐 사용권자는 댐의 저수를 사용하는 자로부터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는 취수하는 물이 가둬진 물인 ‘저수(貯水)’가 아니라는 이유로 물값을 내지 않았고, 이렇게 쌓인 미납금은 197억원에 이른다.

김병억 춘천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취수장 이전에 따른 예산 절감 효과가 있어 사업을 추진했다”며 “예전 물값에 대해서는 소멸 시효 등이 있는 만큼 수자원공사와 협의를 통해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kab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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