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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S6 나왔는데 … 해외보다 최고 39만원 비싼 S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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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삼성전자 등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이 구형 스마트폰을 해외보다 비싸게 국내에 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미래창조과학부가 국내 주요 단말기의 출고가를 해외 8개국과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출시한 갤럭시S5는 한국에서 86만6800원(SK텔레콤)으로 변동이 없다. 반면 해외에서는 대부분 가격이 내려갔다. 8개국 평균 출고가는 지난해 4월 89만3508원에서 지난달 65만178원으로 낮아졌다. 특히 독일(T모바일)의 경우 91만1954원에서 47만7858원으로 거의 반값이 됐다. 국내보다 38만8942원이나 싼 가격이다.

  이에 따라 해외 평균 대비 국내 출고가 비율은 97%에서 133.3%로 올랐다. 지난해 4월엔 해외보다 조금 싸게 살 수 있던 S5를 이젠 33%나 더 비싼 가격에 사고 있다는 얘기다. 미래부는 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스웨덴·캐나다·이탈리아를 대상으로 비교했다. 해외 제품에도 부가세 등 세금을 포함시켰으며 해외 가격은 조사일 기준 각국 통화의 환율을 적용했다.

 2013년 9월에 나온 노트3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선 106만7000원으로 출시된 이후 올 1월 88만원에 팔리고 있다. 하지만 해외 8개국의 평균 출고가는 같은 기간 96만5535원에서 73만2566원으로 더 싸졌다. 물론 이런 가격차는 삼성전자만의 얘기는 아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LG전자나 애플의 구형 모델도 국내가 해외보다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가 떨어지는 구형 모델은 가격을 많이 내리는 게 정상이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가격 인하가 거북이 걸음”이라며 “국내에서 독과점 지위를 이용한 제조사들의 가격정책이 국민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출시한 S6도 국내 소비자를 무시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S6의 해외 주요 6개국 평균 출고가는 82만1778원으로 국내(85만8000원)보다 싸다. 특히 미국(버라이즌)에선 13만원 이상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그간 원화가치가 상승해 해외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졌고 나라마다 물가가 다르다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특히 나라마다 단말기 유통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출고가는 제조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각국의 이동통신사와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또 주력 모델의 사양이 국가마다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소비자들이 고사양 제품을 선호하다 보니 국내 모델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 메모리 용량, 애프터 서비스 등이 해외보다 앞선다”며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한국의 단말기 가격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가트너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의 프리미엄폰(스마트폰) 가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2012~2014년 3년 연속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이 기간 426.2달러에서 546.2달러로 가격이 크게 올라 미국(520.6달러→556.0달러)과의 격차가 줄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의원은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국내 단말기 가격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며 “출고가 인하, 중저가 단말기 출시 등으로 단말기 가격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효과가 미진한 원인을 떨어지지 않는 출고가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한 이통사 임원은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제조사의 바게닝 파워(가격 협상력)가 이통사보다 더 세다”며 “불법 보조금을 줄여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의도였지만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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