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찬란한 봄날의 수채화 … 무릉도원 따로 없구나

중앙일보

입력 2015.04.17 00:01

업데이트 2015.05.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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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길을 나서는 이의 가슴엔 애오라지 꽃뿐이다. 봄꽃 핀 자리에서는 사진을 찍어도 좋고, 드라이브를 해도 좋고, 무작정 걸어도 좋다. 오붓하게 가족과 함께면, 되도록 연인과 함께면 더 좋겠지만, 혼자여도 궁상맞은 대로 멋이 있다.

여행자가 꽃 마중을 준비하는 동안, 여행기자는 기꺼이 꽃의 하인이 된다. 꽃의 절정기에 생체 리듬을 맞추고, 출장 일정을 맞춘다. 소풍 전날 밤 소년의 심경으로 돌아가 아침마다 날씨를 확인한다. 벚꽃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혹여 비라도 내려 하룻밤에 꽃잎이 죄 지는 건 아닌지. 예년보다 봄꽃 개화시기가 이르다는 올 봄 여행기자는 전전긍긍하며 봄 밤을 보낸다.

올봄 week&이 공들여 내놓는 여행지는 전남 화순이다. 지난해 10월 화순적벽이 30년 만의 재개방으로 들끓었을 때 week&은 화순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았다. 가을의 화순을 소개하기엔 무언가 부족한 감이 있었다. 고민 끝에 week&은 봄날의 화순을 기다리기로 했다. 봄마다 극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화순 최고의 아니 전국 최고의 절경 세량제(세량지)가 눈에 어른거렸기 때문이다.


세량제의 아름다운 풍경을 촬영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

세량제가 이제 절정을 맞는다. 세량제에선 벚꽃이 주인공이다. 벚꽃과 신록의 반영이 만들어내는 찬란한 순간이 다음 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곳에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는 마을 주민과 사진 동호인에게 묻고 또 물어 확인한 날짜다. 봄의 신비를 포착하고 싶다면 당장 짐을 챙겨 세량제로 떠나야 한다.

화순의 봄에는 물에 비친 벚꽃 그림자만 있는 게 아니다. 화순은 산나물이 좋은 고장이다. 백아산(810m)에선 ‘꽃보다 산나물’이란 말이 과장이 아니다. 백아산 자락에 산나물 200종이 산다. 이슬을 머금은 곰취는 꽃만큼 고왔고, 산마늘은 꽃보다 향이 더 진했다. 갓 뜯은 봄나물을 보리밥에 비벼먹을 땐 봄의 풍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식욕이 돋으니 비로소 봄이 느껴졌다.

화순 땅에는 쉬어갈 정자(亭子)도 많다. 화순적벽 맞은편 전망 좋은 터에 한 폭의 동양화처럼 정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봄바람을 끌어안는 기분이 들었을까, 요즘 유행어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고 떼를 쓰고 싶었던 걸까. 가만히 정자 마루에 걸터앉아 있으니 복잡했던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했다.

week&은 화순에서 봄에 취했다. 벚꽃을 보고 취했고, 산나물 향에 취했고, 오랜만의 여유에 취했다. 취기가 영 가시지 않는다.

글=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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