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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옥·수배 인사들 반응 "늦은 감 있지만 … 사필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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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너무…너무 오래 걸렸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 선고까지 받았다 감형된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은 7일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국정원 진실위의 인혁당.민청학련 사건 조사 결과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그는 "이거 하나 밝히는 데 30년이나 걸렸다"며 손수건을 꺼냈다.

유 의원은 "대부분의 관련자가 고문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화해를 하고 싶어도 잘못을 뉘우쳐야 화해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사형제가 폐지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법원이 과거의 잘못된 판결에 대해 재심의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밖에도 민청학련 사건으로 수배.투옥 등 고초를 겪었던 인사들은 대부분 "사필귀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1년여를 복역했던 이해찬 총리는 "늦은 감이 있지만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석 달간 구금됐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민청학련 사건이라는 게 소위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었다"며 "당시 천부인권을 부정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절망.모멸감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7년간 복역했던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은 "두 사건은 박정희 군사독재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고문으로 사건을 조작한 용서받지 못할 범죄"라고 논평했다. 1년간 수감됐던 열린우리당 강창일 의원은 "이 사건으로 8년간 공민권이 박탈돼 취직도 못하고 백수 건달 생활을 했었다"고 술회했다. 자신의 결혼식 뒤풀이장이 민청학련 사건 모의 장소로 지목됐던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진실이 밝혀진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년간 투옥됐던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도 "고문 후유증 등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선배들이 생각나 마음 아프다"고 했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역사적 교훈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관련자들이 진실하게 사과하고 이어 용서가 뒤따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증거가 불충분하고 소명 기회가 없는 상황에서 정황에만 근거한 과거사 규명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며 "특히 정치적 이용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권 특강에 나선 박근혜 대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김선하 기자

<인혁당.민청학련 사건 주요 일지>

▶ 1963.6.3 '굴욕적 한.일회담' 비판 시위 확산되자 비상계엄령 선포

▶ 64.8.14 중앙정보부 제1차 인민혁명당 사건 발표 "관련자 57명 중 41명 구속, 16명 수배"

▶ 65.1.20 1심 판결. 피의자 2명만 2, 3년 징역형, 나머지 11명은 무죄

▶ 65.6.29 2심 판결. 6명 징역 1년, 그외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 65.9.21 대법원 항소심 판결 그대로 인정

▶ 72.10.17 유신 선포

▶ 74.4.3 박정희 대통령 특별담화 "민청학련 단체, 불순세력 배후조종으로 인민혁명 수행하려 하고 있다"

▶ 74.4 긴급조치 4호 발표, 민청학련 범죄단체로 규정, 중앙정보부, 민청학련 배후로 제2차 인혁당(인혁당 재건위) 지목

▶ 75.4.8 대법원 인혁당 재건위 판결. 8명 사형, 15명 징역 15년~무기징역

▶ 75.4.9 사형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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