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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장ㆍ달리기장ㆍ똑똑이장…장마당의 진화

중앙일보

입력

 북한 장마당이 진화하고 있다.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지면서 주민들이 메뚜기장ㆍ달리기장ㆍ똑똑이장 등 다양한 형태의 장마당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13일 발간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통일시대’ 4월호에서 이같이 밝히며 “북한에서 국가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상품 유통시장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또 수년전만 하더라도 300여 개였던 장마당이 최근엔 400개를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시장화 바람을 타고 북한 곳곳에 길거리 매대가 늘어나고 있다”며 “주변 식당이나 기업소에서도 돈벌이 장사를 위해 길거리로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메뚜기장은 단속을 피해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뛰며 판매를 하는 암시장이다. 달리기장은 허가 받지 못한 장사를 하는 사람이 망보는 사람을 심어놓고 그가 “단속원이 떴다”고 알려주면 보따리를 싸서 다른 곳으로 도망가는 방식의 장을 이른다. 똑똑이장은 더 비밀스러운 형태로 운영되는 일종의 방문판매다. 불법 상품을 유통하는 이들이 각 가정을 방문해 문을 똑똑 두드려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북한의 사채업 실태 역시 심각하다고 조 위원은 밝혔다. ‘돈주’라고 불리는 전문 사채업자들이 사정이 어려운 개인뿐 아니라 공장ㆍ기업소ㆍ협동단체 등에 고금리로 돈을 빌려준다는 것이다. 신용도에 따라 사채 금리가 결정되며 연이자가 100%가 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조 위원은 설명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자본주의 황색바람’을 막고자하지만 역부족인 듯, 평양 시내 상점ㆍ빵집ㆍ맥주집 등에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카드도 도입됐다. 조 위원에 따르면 남측의 카페ㆍ식당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포인트카드처럼 한 번 찾아온 손님에게 할인 쿠폰을 발행해 다시 찾게 만드는 전략을 북측 상점도 도입한 것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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