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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마무리 윤명준의 성장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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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도 못 잤어요."

프로야구 두산의 새 마무리 윤명준(26)은 지난 10일 밤에 잠을 잘 들지 못했고 고백했다. 2-1로 앞선 8회 말 1사 1·2루에서 등판했지만 초구를 노린 대타 이병규(9번·41)에게 역전 스리런포를 맞았기 때문이다. 윤명준은 다음 타자 양석환에게도 내야안타를 맞은 뒤 곧바로 교체됐다. 공교롭게도 다음 날, 두 사람은 또다시 투타 대결을 벌였다. 두산이 9-5로 앞선 9회, 윤명준은 1점을 내주고 2사 1·3루에 몰렸다. LG는 투수 김지용의 타석이 되자 다시 한 번 이병규를 대타로 투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윤명준이 승리했다. 윤명준은 3구만에 1루수 땅볼을 유도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윤명준은 "이병규 선배님이 역시 대단하더라. 높은 실투(141㎞ 직구)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만들었다"면서 "경기가 끝나고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 동안 비교적 여유있는 상황에서만 등판하다 처음으로 맞이한 접전 승부에서 실패한 것이 못내 아쉬워서였다. 그는 "두번째 날은 이병규 선배에게 또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자신도 있었다"고 덤덤히 말했다.

사실 올 시즌 두산의 소방수는 노경은(31)이 맡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노경은이 턱 부상을 입었고, 김태형 두산 감독은 두둑한 배짱을 지닌 윤명준을 낙점했다. 김 감독은 최근 노경은이 복귀하더라도 일단 중간에서 던지게 하고 윤명준을 계속 마무리로 가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윤명준은 개막 이후 4경기에서 무실점하며 2세이브를 챙겼지만 LG전에서 시즌 첫 블론세이브의 아픔을 겪었다.

마무리라면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다. 통산 200세이브를 거둔 임창용(삼성)이나 최근 3년간 97세이브를 올린 봉중근(LG)도 구원 실패로 고전하고 있다. 윤명준은 "임창용이나 봉중근 선배 같은 대투수들도 힘든 게 마무리다. 힘들지만 당연히 이겨내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어제도 승리는 지켰지만 점수를 내줘서 만족할 수 없다. 첫날은 3점(책임실점 2개), 어제는 1점을 줬다. 오늘은 1점 차에 나가더라도 절대 점수를 주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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