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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전쟁 방불케 한 현대차·삼성그룹 입사시험

중앙일보

입력

 이번 주말에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의 신입사원 채용시험이 전국 대도시와 해외 주요국가 등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지난 11일 현대차그룹 7개 계열사(현대차ㆍ기아차ㆍ현대모비스ㆍ현대제철ㆍ현대파워텍ㆍ현대다이모스ㆍ현대오토에버)의 '인ㆍ적성검사(HMAT)'는 약 1만명이 응시한 가운데 실시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17개 계열사도 12일 오전, 현행 입사제도로는 마지막인 삼성직무적성평가(SSAT)를 치렀다. 삼성의 SSAT에는 10만명 아래의 응시자가 모였다.

현대차 HMAT가 치러진 서울 잠실고등학교엔 11일 오전 7시부터 수험생들의 발걸음이 몰렸다. 현대차가 아침식사 대용으로 제공하는 떡과 생수를 받기 위해 수험생들은 긴 줄을 서기도 했다. HMAT는 오전 8시35분부터 오후 1시까지 중간에 점심시간 없이 진행됐다. 현대차는 시험이 끝난 직후에도 시험 응시자들에게 점심식사로 콜라와 ‘밥버거’를 줬다.

시험이 시작되기 직전, 일부 수험생들은 마치 수능 시험을 방불케 할 정도로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남성 응시자 한 명은 입실 마무리 직전인 오전 7시55분 쯤 잠시 학교 바깥으로 나와 담배를 피고 다시 들어가기도 했다. 오전 7시59분에는 여성 수험생 1명이 “세이프”라는 현대차 인재 채용팀 직원의 목소리와 함께 정문을 빠르게 지나갔다.

이날 HMAT에선 주사위와 관련한 문제가 나온 ‘공간지각’ 영역이 화제였다. 여러 주사위의 전개도를 조건에 맞춰 구성하고, 다시 한번 추가 조건을 반영해 답을 구해야 하는 문제였다. 응시자들은 펜 없이 머릿속으로만 전개도를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HMAT 직후엔 현대차 지원자 만을 대상으로 1시간 동안 '역사 에세이'를 평가했다. 현대차는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해 변별력을 키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현대차의 5가지 핵심가치 중 2가지에 해당하는 역사적 사실을 각각 서술하시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라는 사건이 ‘미국 탄생의 토대’라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약탈이라는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쓰시오”라는 2가지 문제가 출제됐다. 수험생은 이중 1개를 선택해 35분 간 700자를 써 제출했다.

첫번째 주제는 현대차의 핵심가치가 도전과 창의, 열정, 협력, 글로벌 마인드 등 5가지라는 점을 알아야 서술할 수 있는 문제다. 현대차 관계자는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도 해외공장 건설과 판매 등을 연결시키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문항”이라고 설명했다.

12일 오전에 치른 삼성 SSAT는 모든 입사 희망자에게 응시 기회를 주는 마지막 시험이다. 삼성은 하반기부터는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해야만 SSAT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된 채용 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 대치동 단대부고에서 SSAT를 치르는 한 수험생은 “평소 같으면 한산한 휴일 아침 지하철 안이 온통 SSAT 수험서를 든 응시생들로 가득 찼다”면서 “경쟁자들이 많다는 생각에 긴장됐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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