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명된 8명, 대부분 친박 … 검찰, 직접 조사 여부 저울질

중앙선데이

입력 2015.04.1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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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호 03면

지난 9일 숨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 [사진 조선일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품 제공’ 정황이 담긴 메모지와 음성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 등 수사에 사실상 착수한 상태지만 핵심 당사자가 숨진 데다 최근 잇따른 피의자 자살 사건도 검찰로선 부담이다.

성완종 리스트 속 인물들

검찰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다 자살한 최모 경위 사건 이후 넉 달 만에 다시 주요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 사건 모두 2013년 대검 중수부 폐지 이후 사실상 중수부 역할을 해 왔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수사하던 중 발생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은 특수2부, 성 전 회장의 횡령·사기 혐의 수사는 특수1부에서 맡았다. 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에 필요한 단서를 확보했다고 해도 피의자 자살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 수사팀으로선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거론한 인사들은 대부분 ‘친박(親朴)’ 계열이다. 검찰이 이들을 상대로 소환·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성 전 회장의 메모에는 이완구 총리를 비롯해 청와대 전·현직 비서실장, 전직 여당 사무총장 등 현 정부 실세들이 적혀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않는 한 검찰의 칼날이 현 정부 실세로 향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뇌물 등 ‘금품 공여’ 사건 수사의 핵심인 ‘공여자 진술’을 받을 수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성 전 회장의 직접 진술 없이 수사에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성 전 회장의 측근 등 돈 전달에 관여한 주변인 조사에서 금품 전달 시기와 방법, 대상자가 특정되지 않을 경우 수사가 난항에 빠질 수 있다.

검찰의 고민은 또 있다. 공소시효와 증거능력 등 법리 해석 문제다. 2006∼2007년에 전달된 돈은 당시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가 5년이어서 처벌할 수 없다. 2007년 말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공소시효가 7년으로 연장돼 2008년 이후 받은 불법 정치자금은 처벌이 가능하다. 성 전 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2억원),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011년(1억원) 돈을 받았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 2005년 말 개정된 특가법상 뇌물죄(공소시효 10년)를 적용하면 처벌 범위가 넓어진다. 하지만 2006년 9월 10만 달러를 받았다는 김기춘 전 실장의 경우는 복잡해진다. 당시 환율(944원)에 따르면 약 9400만원이어서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 뇌물수수에 해당하는 공소시효 7년을 적용하면 처벌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뇌물죄의 경우에도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 입증 문제가 남아 있다. 성 전 회장의 메모와 녹취가 증거 능력이 있느냐도 관건이다.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 이외에서 작성한 진술서나 진술을 기록한 서류는 작성자가 직접 법정에 나와서 증언을 해야 증거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진녕 변호사는 “성 전 회장의 메모나 녹취에 외부의 강요가 없다는 증거가 있다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로 증거가 될 수 있지만 그 경우에도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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