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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미·쿠바 정상…비공식 만남서 화기애애

중앙일보

입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0일(현지시간) 파나마에서 열린 미주기구 정상회의 환영만
찬장에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왼쪽)을 만났다. [뉴시스=AP]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0일(현지시간) 파나마에서 역사적인 회동을 했다. 양국이 지난해 말 50여년 만에 국교정상화를 추진하기로 선언한 이후 처음이다. 냉전 시절 앙숙이었던 양국의 화해를 상징하는 이날 두 지도자의 만남은 미·쿠바 관계가 한걸음 더 진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의 만남은 미주기구(OAS) 정상회의 개막 직전 파나마시티 컨벤션센터에서 이뤄졌다. 환영만찬에 참석한 두 지도자는 반갑게 인사하며 악수했으며, 같은 테이블에 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만찬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 등이 함께 참석했다.

백악관은 사전에 예정되지 않은 '비공식 대화'로 실질적인 내용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쿠바 최고지도자가 OSA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쿠바는 1962년 미국의 금수조치로 OAS 회원국 자격을 박탈당한 이후 최근 회복했다.

OSA 정상회의 이틀째인 11일(한국시간 12일)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별도로 다시 만나 공식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NYT 등이 전했다. 이들은 앞서 2013년 12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추모식에서 처음 만났다. 국교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과 쿠바는 각각 아바나와 워싱턴에 대사관을 다시 개설하는 문제 등을 놓고 조율 중이다. 미국은 이와 함께 30여 년 만에 쿠바를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삭제하고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파나마에서 만나기 전인 지난 8일 전화통화에서 정상회담 의제를 사전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정상회담의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두 정상은 대사관 재개설 협상 등에 관해 점검하고 남은 이견을 조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9일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과 3시간 가량 만나 양국 현안을 집중 논의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카스트로 의장과의 회동에 앞서 쿠바 반체제 인사 2명을 포함해 남미의 인권활동가들과 이날 비공개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는 “미국이 쿠바와의 관계에 새 장을 열면서 우리는 이러한 움직임이 쿠바인들의 삶이 개선되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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