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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 리포트] 김민지 학생기자의 세월호 도보행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가방에 노란 리본과 풍선을 달고 세월호 유가족 도보행진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

1년 전, 4월 16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태운 세월호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모습이 생중계되던
그 날의 충격과 슬픔을 어찌 잊겠느냐고요. 하지만 어느덧 1년이 흐르는 동안, 많이 희미해진 듯합니다.

안산에 사는 소년중앙 학생영상기자 김민지양이 지난 4일 ‘세월호 가족 안산-광화문 영정 도보 행진’을 취재했습니다.

안산의 학생이기에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는 세월호 참사 1주기의 오늘을 사진과 글에 담아 소중 독자들에게 보냅니다.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행진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 생각해봤죠

안산의 학생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마치 내 가족이 그 배에 타고 있는 듯, 나에게 벌어진 일처럼 감정이입이 됐죠. 친한 친구 두 명도 세월호 유가족입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세월호에 관한 소식을 빨리 듣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1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저조차 알게 모르게 잊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유가족 친구에게서 노란 뱃지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세월호에 다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유가족들은 도보행진에 앞선 2일 오후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 인양 공식 결정 때까지 배상과 보상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단체로 삭발했다. 삭발한 유가족 어머니의 모습에서 쓸쓸함이 느껴졌다.

세월호 유가족 도보행진은 지난 4일 오전 9시 안산합동분향소에서 시작됐습니다. 토요 방과후수업이 있던 날이라 카메라를 들고 학교에 갔다가 행렬의 소리를 듣고는 뛰어내려가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전명선 위원장(2학년 7반 전찬호 아버님)은 "세월호를 인양하고 남은 실종자를 찾기 위해, 정부의 시행령안을 폐기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도보행진이 계획됐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세월호를 계기로 다시는 정부의 실수로 인해 이런 대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국민은 늘 안전한 삶을 가꾸는 데 동참하고 세월호를 오래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시민 참가자들이 도보행진 때 쓴 풍선.

익명을 요구한 일반 시민 참가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잊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라도 잊지않겠다는 마음을 지키고자 참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명확하게 원인규명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랍니다.

2학년 3반 김시연, 2학년 9반 박예지 학생의 유가족인 김가영(안산 경수중 3) 학생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보행진에 참가했다고 합니다. 김양은 "유가족들이 주변에 있다면 선입견을 가진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학교에서 세월호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들 자신의 눈치를 보는 것이 굉장히 속상했다고 합니다. 신상이 공개되다시피 한 유가족들에게 주목하기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고 작은 행동으로라도 동참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거꾸로 뒤집힌 배가 그려진 깃발. 세월호가 아직 인양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나절을 행진한 도보행진자들에게 한살림이 밥을 제공했습니다. 한살림 경기남부생협 신용란 이사장은 "자식 또래 학생이 참사를 겪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최선을 다해 유가족을 돕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행진에는 일반 시민들도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유가족의 수에 비해서는 미미했습니다. 국가나 정부의 잘못만으로 세월호의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사태에 진전이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습니다.

도보행진을 구경하다가 반대쪽으로 걸어가는 아이와 할머니. 세월호를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은 성숙해 보인다.

안산은 물론 서울에서도 세월호 관련 행사가 많이 열립니다. 16·17일에는 기네스북 등재를 바라보는 촛불집회도 예정돼 있다고 합니다.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한 참여해야겠다는 걸 이날 취재를 하면서 많이 느꼈습니다. 저의 취재는 몇 시간 만에 끝났지만, 제 친구를 포함한 유가족들의 행진은 1박 2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세월호 팔찌나 ‘노란 리본의 기적’ 캠페인 등 작은 방법이라도 실천해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를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추모 전시·공연

‘아이들의 방’ 사진전

영영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 빈 방엔 주인 잃은 물건만 쓸쓸히 놓여 있다. 세월호 참사 기억 프로젝트 ‘아이들의 방’ 사진전이 서울 광화문 세월호광장 이순신 동상 뒤편(~19일), 서울 통의동 갤러리 류가헌(~19일), 안산 고잔동 416기억전시관(~5월 31일) 등에서 열린다. 제주 조천읍 기억공간 리본(re:born)에선 16일부터 상설 전시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기록을 수집·관리하는 ‘416기억저장소’가 지난 1년간 희생 학생 부모의 이야기를 녹취하고 학생의 기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진작가 16명이 희생 학생의 자취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빈 방을 사진에 담았다. 각기 다른 시각으로 담은 54개의 빈 방 사진으로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7월 18일 부산 전시를 시작으로 광주·인천 등 순회 전시도 예정돼 있다.

‘토닥토닥 너풀너풀’ 사진전

안산 초지동 경기도미술관 1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는 피해 가족 형제자매와 친구 18명이 참여한 ‘토닥토닥 너풀너풀’ 사진전이 6월 28일까지 열린다. 지난해 10월부터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진 치료의 결과를 전시하는 자리다. 기억함과 동시에 치유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세월호, 304인의 작가가 다가서다-망각에 저항하기

안산 고잔동 문화예술의전당에서는 주재환·이종구·박불똥·강홍구·유연복·박진화 등의 작가들이 참여한 ‘세월호, 304인의 작가가 다가서다-망각에 저항하기’ 전시가 열린다.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9명 포함)의 수와 같은 304명의 미술작가가 참여해 희생자를 추모하는 회화·설치·영상·사진·조각·판화·만화·일러스트·퍼포먼스 등을 선보인다. 24일까지.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의 기록’

대한민국 만화인 동행은 5월 10일까지 안산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 야외에서 만화로 그린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의 기록’을 전시한다.

특별 기획 공연 ‘델루즈(Deluge) : 물의 기억’

한국과 호주의 예술인들이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신체극으로 표현한다. 서울문화재단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특별 기획 공연 ‘델루즈(Deluge) : 물의 기억’을 16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마련한다. 호주의 대표 시인 고(故) 주디스 라이트(Judith Wright, 1915~2000)의 ‘홍수(Flood)’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 2011년 2월 호주에서 발생한 대홍수 실종자들에 대한 아픔을 위로하고자 제작됐던 공연이다. 이를 한국 버전으로 재창작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슬픔과 분노, 고통을 소리와 몸짓으로 표현했다. 1만5000원. 02-758-2150.

‘열일곱 살의 버킷리스트: 2학년 3반 이야기’ 두 번째 공연

19일 오후 4시 16분 서울 서교동 롤링홀에서 ‘열일곱 살의 버킷리스트: 2학년 3반 이야기’ 두 번째 공연이 열린다. 단원중 2학년 때부터 활동했던 밴드 ADHD와 20회 공연을 하고 싶다던 세월호 희생자 박수현군의 이루지 못한 꿈을 채우자는 뜻으로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매달 한 번씩 단원고 10개 반의 이야기를 공연에 담을 예정이다. 3호선 버터플라이, 요조, 백현진 등이 참여한다. 청소년 학생증 지참 시 1만원. 02-325-6071.

글·사진=김민지(안산 경수중 3) 학생영상기자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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