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흉악범이지만 … " 사형제 존폐 논란 가열

중앙일보

입력 2005.12.03 05:25

업데이트 2006.06.1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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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에서 1000번째 사형이 집행되기 전날인 1일 밤 노스캐롤라이나주 랠리 교도소 밖에서 사형제 반대 단체 회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몇 시간 뒤인 2일 오전 2시15분(현지시간) 이 교도소에서는 케네스 리 보이드(57)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랠리 AP=연합뉴스]
사형제 존폐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미국에서 1976년 사형제 부활 이후 1000번째 사형이 2일 새벽(현지시간) 집행됐다. 전처와 장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던 케네스 리 보이드(57)가 노스캐롤라이나 랠리 교도소에서 독극물 주사 방식으로 사형에 처해졌다. 보이드는 지난달 29일 오하이오주에서 사형집행이 이뤄진 존 힉스(49)에 이어 사형제 부활 이후 1000번째 사형집행 대상자가 됐다.

보이드는 사형집행 전 가족.친구들과 만났으며 스테이크와 구운 감자, 샐러드로 '최후의 만찬'을 했다. 그는 또 유언에서 며느리인 캐시에게 "아들과 손자.손녀들을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으며 "모든 사람에게 신의 은총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교정당국이 밝혔다.

당초 1000번째 사형 집행 대상자는 버지니아주에서 로빈 로비트(42)가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마크 워너 버지니아 주지사가 형 집행 전날 종신형으로 감형, 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보이드는 미국 대법원과 마이크 이즐리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에게 감형 요청 탄원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이드는 88년 이혼한 부인과 장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94년 사형선고를 받았다.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이혼 후 방직공장의 트럭기사로 일하던 중 범행을 저질렀다.

보이드는 지난달 30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형 1000번째 등) 사람한테 번호를 매긴다는 게 싫다"며 "1000번째 사형수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아들인 케네스 스미스는 사형 집행 전 아버지를 만난 뒤 "아버지가 한 번의 실수로 목숨을 잃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보이드의 변호인인 코머스 마헤르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폭력에 대한 대응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에 대해 큰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사형 반대 운동가들은 로이드의 사형 집행을 앞두고 1일 저녁부터 랠리 교도소 밖에서 밤을 새우며 촛불집회를 열었다. 기독교인 120여 명도 교도소 밖에 모여 보이드 구명 기도회를 열었다.

미국에서는 50개 주 중 38개 주와 연방정부가 사형제를 고수하고 있으며, 지난 한 해 동안만 59명이 사형됐다.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74개국이다. 90년 이후 40여 개국에서 사형제를 폐지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3400명 등 25개국에서 3797명 이상이 사형에 처해졌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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