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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0번 외친 문재인 “새정치연합은 새경제연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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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100번, ‘소득’은 56번, ‘성장’은 43번 언급했다. [김경빈 기자]

‘문재인표 새경제(New Economy)’를 DJ(김대중 전 대통령)라는 포장지로 둘러싼 54분간의 연설.

 9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그런데 원고의 시작과 끝이 모두 1971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 DJ의 장충단공원 연설이었다. 연설 첫머리에 “지금까지 내가 한 공약에 690억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오늘날 특정 재벌과 결탁해 합법적으로 면세해 준 세금만 1200억원입니다”라는 DJ의 연설을 인용했고, 마무리도 “특권경제를 끝내야 합니다”를 인용했다.

 연설에서 ‘노무현’이란 용어는 한 번 등장한 반면 DJ는 다섯 번이나 등장했다. 4·29 재·보선을 앞두고 불거진 동교동계와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퍼포먼스였다. 측근들은 “DJ의 대중경제론을 문재인의 새경제론으로 이어 당 경제정책의 기본 골격으로 삼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경제, 크게 보고 크게 바꿔야 한다’는 제목의 연설은 순전히 경제연설이었다. ‘경제’라는 단어가 100번, ‘소득’이 56번, ‘성장’이 43번이나 등장했다. 현 정부 2년을 “국민이 배신당한 2년”으로 규정한 문 대표는 “경제기조의 대전환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며 ‘새경제’를 제안했다. 그는 ‘새경제’를 “공정한 경제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고, 성장의 방법론으로는 소득주도 성장을 추구하며, 사람 중심의 경제철학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 나가는 경제”라고 설명했다. “고래(대기업)는 큰 바다에서 놀고, 작은 민물고기(중소기업)는 시냇물에서 놀아야 한다”며 불공정 경제의 근절을, “지갑이 채워져야 소비가 늘어나고 기업도 살아난다”며 소득주도성장을, “복지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강력한 성장전략”이라며 ‘사람 중심의 경제’를 강조했다.

 남북관계도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기 위해 경제협력이 절실하다”고 경제적으로 접근했다. 그는 “5·24조치 해제 없이 남북관계의 진전을 도모할 수 없다”며 “전면해제가 어렵다면 적어도 유연한 적용으로 남북관계를 열어 나가자”고 했다.

 경제에 시간을 쏟느라고 정치 이슈는 “정부가 좀 더 성의를 보이고 노력하면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하다”(공무원연금 개혁), “비용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세월호 인양) 등으로 간단히 언급했다.

 연설 막바지에 문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새정치’는 ‘새경제’이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새경제민주연합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이날 연설을 하기 전 새벽 2시까지 원고 한줄 한줄을 직접 읽으며 펜으로 수정했다고 한다. 7일 참모들과 당내 경제통 의원들, 자문그룹이 함께 만든 초안에 대해 “경제 비중을 높이라”며 퇴짜를 놓기도 했다. 2·8 전당대회 이후 문 대표와 불편한 관계였던 박지원 의원은 “DJ의 연설을 적절히 잘 활용했다”며 ‘A+’라고 했다. 하지만 연설 중에 본회의장 밖으로 나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에게 “(연설이)너무 길어 중간에 나왔다”고 했다.

글=서승욱·위문희 기자 sswook@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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