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읊고 뽕짝에 춤 … “풍류 알면 응어리 풀려요”

중앙일보

입력 2015.04.10 00:39

업데이트 2015.04.10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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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북 완주군 오성마을 ‘완주 풍류학교’ 임동창 교장(앞줄)과 문하생들. [프리랜서 오종찬]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 아름답고 행복한 인생을 가르칩니다.”

 사는 게 힘들고 팍팍하다고 말하는 시대, 춤과 노래로 신명난 삶을 가르치는 곳이 있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오성마을에 자리잡은 ‘완주 풍류학교’다.

 이 학교는 국악 피아니스트 임동창(60)씨가 완주군과 손잡고 2013년 11월 문을 열었다. 위봉산성 자락에 터를 잡아 전통한옥 공연장까지 갖췄다. 임씨가 직접 교장을 맡아 문하생과 14명과 함께 풍류학교를 운영한다. 이들 중에는 고등학교나 대학교 중퇴자도 있고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직장여성도 있다.

 이 학교는 워크숍을 하러온 직장인과 단체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다. 또한 주부들끼리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오기도 하고 부모와 아이가 손을 잡고 방문하기도 한다. 외국인들도 종종 수강하러 온다.

 풍류학교 프로그램은 몸짓·흥짓·마음짓 풀어내기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술을 안 마시고도 잘 노는 법 등을 가르친다. 임 교장은 “풍류의 핵심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풀어 제치는 것”이라며 “그 마음을 바탕으로 신명나게 춤추고 노래할 때 너와 나의 차별이 없어지고 함께 행복해지면서 아름다워지며 사랑도 흘러넘치게 된다”고 말했다.

 몸짓 풀기는 딱딱해진 몸을 이완시키고 흐느적거리는 시간이다. 기마 자세와 애벌레처럼 구르기 등의 자세를 취하다 보면 신체는 절로 풀어지고 마음속의 화나 응어리도 빠져나감을 경험하게 된다.

 피아노와 타악기가 나오고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흥짓은 풍류학교 수업의 핵심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참가자들이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한 채 ‘아리랑’ 등 민요를 부르면 몸과 마음에 흥취가 오른다. 노래는 장르 구분도 없다. 분위기에 뜨면 ‘파란마음, 하얀마음’ 등 동요가 쏟아지고 ‘홍도야 울지마라’ 등 뽕짝이 튀어나온다. 공연자와 관객이 어우러지면서 음치·몸치도 스스럼없이 노래를 부르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수업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마음짓’으로 마무리한다. 눈을 감은 채 영산회상·수재천 등 전통 정악을 감상하거나 대청 마루에 가만히 누워 명상에 잠긴다. 이들 프로그램은 때론 연극 과 결합하고 논어 등 고전의 귀절을 운율에 맞춰 읊어대는 성독 체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추경수(54·한의사)씨는 “그동안 모임이나 공연장에 가면 조용히 앉아 구경하는 쪽이었지만 이곳 풍류학교에선 함께 일어나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추며 신나게 놀아봤다” 고 말했다.

 풍류학교는 다음 달에는 대금·판소리·줄타기·모듬북 명인들을 초청해 매주 토요일 흥겨운 잔치를 펼칠 계획이다.

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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