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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삼성·한화 빅딜, 더 큰 성장의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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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박호환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기업간 인수합병(M&A)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연말 삼성그룹이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계열의 4개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4개월이 지나가고 있지만 매각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주된 원인은 매각 대상이 된 삼성 계열사의 노동조합들이 매각에 반대하며 연대투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업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서로 빅딜을 했고 현재 두 회사 간 실사 등을 통해 실무 합의까지 이뤄진 상태이나, 매각되는 회사의 노동조합과 직원들은 고용불안과 미래 불확실성을 걱정하며 M&A를 반대해 매각 프로세스가 아직도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 매각이나 M&A가 과연 그렇게 지탄받을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는 아직도 IMF 외환위기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전대미문의 국가부도 사태의 주요 원인제공자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해온 재벌기업들이 지목되었었다. 수익구조와 경쟁력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백화점처럼 여러 사업에 손을 댔다가 그것이 적자를 내고, 여러 관계사와 출자관계로 엮여서 결국 함께 줄도산하는 비극을 직접 보지 않았던가.

 현재 산업계에서는 전문 영역이 아니거나 경쟁력이 줄어드는 사업은 빨리 정리하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번 M&A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조치로 시장이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각 계열사 직원들과 노동조합의 불안감과 걱정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화로부터 직원들의 고용보장과 현재 수준의 임금과 복리후생 유지에 대해서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석유화학과 방위산업에 특화되어 있는 한화그룹이 이들 기업을 인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업 경쟁력을 제고시켜 더 큰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노조가 매각을 반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위로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위로금은 결국 제살 깎아먹기 밖에 되지 않는다.

 매각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조기에 수습되지 않는다면 노사 모두 더 큰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는 아직 갈등관리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우려가 더 크다. 더구나 개별 사업장의 문제가 정치 이슈로 발전되면서 갈등이 여의도 정치판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종종 생겨나는 시대이다. 문제 해결의 적정 시기를 놓치게 되면 당사자 간의 합리적인 의논과 실리적인 계산은 뒤로 밀려나고 처음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낳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모두가 이미 경험으로 알게 된 바와 같이 자칫하면 해당 당사자들은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닌 모두에게 깊은 상처만 남는 결과를 피하기 어려워 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노동조합과 직원들에게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회사와 공생 공영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도록 간곡히 권하고 싶다. 매각되고 난 뒤에 실패한 기업도 있지만 하이닉스반도체와 같이 성공한 기업 사례도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호환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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