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도시로 들어온 농업, 텃밭

중앙일보

입력 2015.04.10 00:02

업데이트 2015.04.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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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도시로 들어온 농업, ‘도시농업’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본래 도시와 농업은 하나였고, 인류 역사 속에서 도시는 농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페루의 공중도시 마추픽추에는 테라스형 농지가 존재했고, 프랑스 베르사유 궁에서 마리 앙뚜와네트는 텃밭을 가꿨다. 조선시대 서울에도 도시농업이 존재했다. 종로구 권농동에는 궁중 채소를 공급하는 내농포가 있었고, 연희동에는 왕실의 고추를 재배하던 고초전이 있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도시와 농업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인구가 집중되며 비대해진 도시는 부족한 녹지와 환경오염 등으로 신음하고, 도시민들은 고립감으로 정서적·심리적 불안 등이 심해져 사회문제가 됐다.

 최근 들어 도시와 농업이 다시 만나고 있다. 2010년 15만명이던 도시농업 참여자가 작년엔 100만명을 넘어섰다. 도시텃밭도 2010년보다 6.4배가 증가한 668ha에 이른다.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에서도 스쿨팜이라는 텃밭활동이 시작돼 3500여개의 학교텃밭이 조성되었다.

 도시농업은 세계적 추세다. 미국에서는 버려진 도시공간에 식물을 심는 ‘게릴라 가드닝’을 통해 삭막한 도시를 아름다운 생태공간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일본은 도쿄 긴자에 논을 만들어 시민들과 함께하는 벼농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도심의 텃밭은 그 자체로 생태공간이자 자연으로 채색하는 공간디자인의 일부이다. 그리고 시민사회의 공감과 나눔을 담당하는 소통의 공간이 되어 도시민들은 도시텃밭에서 마음을 위로 받고 건강을 얻을 수 있다. 도시민에게 잊혀져가는 농업·농촌의 가치를 일깨우기도 한다. 텃밭체험을 한 초등학생들의 66%가 이제까지 외면하던 채소를 먹게 되었다고 한다. 텃밭을 가꿔본 국민들의 국산농산물 구매의사는 67.6%로 도시농업을 체험하지 않은 사람보다 7.7%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도시농업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도시농업의 기능을 농작물 재배에서 휴식과 치유까지 확대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농업인, 농업단체들이 참여하는 ‘도시농업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도시민과 농업인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도시농업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와 함께 국가 소유 그린벨트 내 유휴지를 텃밭으로 활용하고, 교육부와는 식생활개선 운동의 일환으로 어린이 텃밭교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4월을 도시농업 활성화 집중 추진의 달로 정하고 도시민과 함께하는 텃밭, 어린이 텃밭교실 등을 통해 도시농업의 저변을 넓히고 정착시킬 계획이다.

 도시농업을 통해 회색도시를 녹색생태도시로 만들 수 있고, 소외계층에게는 나눔의 복지를 실천할 수 있다. 그리고 도시민들에게 이웃의 정을 회복시켜 주고, 어린이들에게는 자연 속 교실로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놀이터가 될 수 있다. 도시와 농촌을 잇는 가교이기도 하다. 이번 봄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작은 텃밭을 가꾸며 심신의 안정과 건강, 그리고 삶의 행복을 누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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