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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화장품으로 미국 시장서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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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뽀뽀 립밤(左), 바나나 영양 핸드크림(右)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최고’로 인정 받기 위해선 미국 시장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

 화장품 회사 ‘토니모리’의 배해동(57·사진) 회장은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이 성장·발전 가능성 큰 것은 맞지만 세계 최고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는 건 여전히 미국 시장이다. 거기서 인정 받아야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스스로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토니모리 제품은 지난 1월 미국 화장품 유통업체 ‘세포라’에서 ‘주목할 만한 브랜드 베스트 10’에 뽑혔다. 닥터브란트(Dr. Brandt)·피터토마스로스(Peter Thomas Roth) 등 최근 미국에서 각광 받는 쟁쟁한 브랜드와 함께 토니모리도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세포라는 세계 1위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화장품 유통 부문 계열사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만 매장 360여 개가 있다.

 배 회장은 “세포라 입점 단계부터 다른 회사와 차별화 하려고 했다. 비슷한 제품을 만들었다면 여전히 고전 중이었을 것이다. 토니모리만의 전략인 재미있는 상품, ‘펀(fun)’ 화장품을 부각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토니모리가 미국 세포라에서 두각을 나타낸 건 5년 전 한국 시장에 출시한 ‘키스 키스 립 에센스’의 미국용 버전 덕분이었다. 입술 보호용 화장품을 입술 모양 용기에 넣은 상품이다.

 “세포라에 세련된 이미지의 화장품 브랜드가 많아, 입점 업체 컨셉트에 맞도록 용기를 다시 디자인했다. 한국 시장용 제품보다 용기 표면의 광택을 더 살리고 고급 이미지를 더해 미국 소비자 눈높이를 겨냥했다.”

 이름도 독특하게 바꿨다. 미국 판매용 제품명은 ‘뽀뽀 립밤’이다. “제품 자체가 흥미로워서 소비자가 눈길 한 번 더 주는 화장품을 만들자”는 배 회장의 전략이 작명에도 반영된 결과다.

 토니모리는 한 매장에서 단일 화장품 브랜드 제품만 파는 ‘원브랜드숍’ 화장품 업체다. 배 회장은 쥬리아화장품에서 용기 개발을 담당했다. 1994년 용기 제조업체인 태성산업을 설립해 에스티로더·라프레리·크리니크 등 해외 유명 화장품 용기 제조 업체로 성장시켰고, 2006년엔 토니모리까지 설립했다. 토니모리의 지난해 매출은 2051억원으로 전년대비 21% 늘었다. 경기 침체로 경쟁 브랜드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얻은 성과다.

 토니모리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동안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전국 매장은 600여 개에 이른다. 미국 이외에도 캐나다·일본·중국 등 20개국 1800여 개 매장에서도 화장품을 판매 중이다. 회사가 쾌속 성장 중이어서 별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배 회장은 “우수한 용기 제조, 신제품 기획·개발·생산 업체가 다 있을 정도로 한국의 화장품 인프라는 훌륭하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 브랜드가 시장에 진출하기도 쉬워 갈수록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배 회장은 더 많이 밖으로 나가려 한다.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해외 시장 진출에 더 속도를 낼 것이다. 올 가을에는 미국·중국의 대형 유통 체인에도 토니모리 화장품을 입점 시키려 협의하고 있다.”

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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