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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뭉친 25년 … 장애인 학생 위해 옷소매 걷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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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모로코에서 온 코코넛 쿠키와 벨기에 대사 부인이 굽는 와플, 파키스탄 수공예 보석함까지. 전세계 37개국에서 온 진귀한 물품이 매대에 올랐다. 또 한쪽에는 배우 안성기가 쓰던 선글라스, 배우 김태희의 하이힐 등 유명 연예인의 애장품도 진열됐다. 빨간색 앞치마를 맨 중년 부인들이 활짝 웃으며 구경하는 손님들을 불러 세운다. 손님의 지갑이 열린다. 8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는 자선단체 ‘사랑심기’가 주최한 ‘창립 25주년 자선 바자회’가 한창이었다.

 사랑심기의 구성원은 현재 국내외 CEO 부인과 각국 대사 부인, 전문직 여성 등 총 28명이다. 단체 회장을 맡고 있는 두산중공업 박용성 회장 부인 김영희(사진 윗줄 오른쪽에서 넷째)씨,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부인인 신연균 아름지기 재단 이사장,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배티 청(윗줄 오른쪽에서 둘째) 교수 등이 속해 있다. 이들은 매년 ‘장애아동 교육을 위한 자선의 밤’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공연 및 바자회를 열어왔다. 1년에 한 두 번씩은 장애인 학교에 찾아가 봉사활동도 한다.

 단체의 시작은 25년 전 한 수녀회와의 작은 인연이다. 1990년 충주와 광주에 장애인 학교를 운영하고 있던 ‘사랑의 씨튼 수녀회’가 평소 장애우에게 관심이 있는 은인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당시 은혜학교 교장인 안재인 수녀가 대한적십자사 총재였던 고(故) 김상협 전 국무총리의 부인 김인숙 여사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해 처음 ‘자선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현재 김 여사는 사람심기 명예회장이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바자회는 종일 북적거렸다. 이날 행사에는 사랑심기 회원 뿐 아니라 콜롬비아·포르투칼·모로코·벨기에·투르크메니스탄 등 ‘서울외교대사부인협회’ 소속 30여 명이 참석해 각국의 특산품을 내놨다. 이날 행사장을 방문한 박은희(서울 신당동)씨는 “알제리에서 온 물소 뼈로 만든 목걸이를 1만5000원에 구입했는데, 여름에 하면 참 예쁠 것 같다”며 웃었다. 일일 봉사원으로 참여한 가수 바다는 “하고 있던 팔찌와 액세서리까지 빼서 찾아오신 분들에게 팔았다”며 “자주 행사에 참석해 사람들과 나누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바자회의 모든 수입은 수녀회가 운영하는 장애인 학교 학생들의 심리 치료비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씨튼수녀회 오광심 수녀(윗줄 왼쪽에서 둘째)는 “장애인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각자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 한다”고 밝혔다.

글=홍상지, 사진=김성룡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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