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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국경 허문 파트너십, 제약업계 살 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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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현동욱
한국MSD 대표

대지에 깃드는 봄기운처럼 얼어붙었던 제약업계에 성장 호조세를 알리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바로 국내 제약사들이 다양한 세계시장으로 도약하는 움직임이다. 3세대 표적항암제, 바이오시밀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장의 호기를 더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더 반가운 이유는 전 세계를 덮었던 제약 시장의 더딘 성장세 때문이다. 2010년 제약계는 새로운 규제와 정책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탓인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12년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었다.

 이런 상황을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협동’과 ‘새로운 활로 개척’이었다. 2013년부터 국내 제약사는 다국적제약사의 제품을 도입, 공동판매 영업을 전개하며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수출에도 눈을 떠 활기를 띠었다. 2013년 합산 수출액은 5200억원이 넘는데, 2009년의 4001억원과 비교해보면 성장세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협동과 새 활로에도 한계는 있는 법이다. 현재 공동판매 영업방식은 포화상태에 가깝다. 해외시장으로의 더 큰 도약은 규제의 장벽이 여전히 버티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의 장애물 극복을 위해서는 전에 없던 경쟁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로 국적을 초월한 기업 간 ‘파트너십’이다. 파트너십의 위력은 해외 수출 분야에서 가공할만하다. 국내제약사가 다국적제약사와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손잡는다면 각국 시장의 특징은 물론 이에 맞는 준비과정과 공정 관리의 노하우를 최단 시간 내 파악 가능하다.

 다국적제약사 입장에서도 세계시장에 선보일 경쟁력 있는 제품을 영입한다는 이점이 있다. 약의 개발을 위해 후보물질 발굴 과정부터 전 세계 시장 대상 공급까지 독점적으로 진행했던 이전 방식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낮다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MSD도 2009년 한미약품과 파트너십을 맺고 복합고혈압치료제를 성공리에 수출시킨 경험이 있다. 생산공정부터 수출 관문 통과까지 전 과정을 함께 힘쓴 결과 파트너십 체결 3년만에 전 세계 16개국 수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그 동안 외국계·국내제약사간 파트너십 개념이 공동영업에 머물러 있었다. 반면 위의 경우는 개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적’ 파트너십을 통해 성과를 거둬 큰 파장을 남겼다. 또한 이 같은 파트너십의 경험을 살려, 제약 분야 경험이 크지 않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첫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국내외 판매 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파트너십의 성공은 ‘상생’이라는 목표와 이를 지지하는 상호간 ‘존중’이 필수다. 단순히 필요한 역량을 제공해줄 대상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는 의미다. 서로가 가진 경쟁력을 통합, 전에 없던 걸출한 경쟁력을 발굴하는 협조의 과정이란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혀 다른 경쟁력을 가진 기업 간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것은 정부가 2020년까지 한국을 세계 7대 제약 강국으로 발돋움 시키겠다는 ‘PHARMA 2020’ 비전과도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파트너십을 바라는 지금의 시간, 가장 필요한 것은 ‘수평적인 관계’를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임을 기억하자.

현동욱 한국MSD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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