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고 읽고 쓰고 … 21세기에 이어진 옛 선비정신

중앙일보

입력 2015.04.06 00:06

업데이트 2015.04.06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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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4일 오후 전북 남원시 춘향테마파크 사랑의 광장에서 열린 제14회 ‘전국 서당문화 한마당’ 강경(講經) 대회에서 참가 학생이 시험관이 지정해준 경서의 한 대목을 외우고 있다. [남원=정재숙 기자]

매화·목련 흐드러진 천변을 지나니 알록달록 사람 꽃이 수백 송이 피었다. 지난 4일 오전 전북 남원시 양림길 춘향테마파크 사랑의 광장. 제14회 ‘전국 서당문화 한마당’ 한시(漢詩) 부문에 참가한 200여 명 응시자들은 옥색 도포에 유건(儒巾)을 쓴 선비복 차림으로 저마다 시상(詩想)에 잠겼다. 올해 시제(詩題)는 ‘광복 70주년 회고’, 마지막 운자는 ‘의(宜)’였다.

 무릎을 꿇고 자전(字典)을 뒤적이며 노심초사하는 유림(儒林)과 시객(詩客)들은 흥얼흥얼 한시의 흥취에 젖었다. 박중재(84·강원 동해시)씨는 “시제가 좀 어려웠지만 광복 70년을 돌아보며 지금 우리가 정신을 차릴 때라는 따끔한 속내가 담겨 있어 좋았다”고 평했다. 전남 구례에서 옛 글을 읽으며 산다는 심병탁(81)씨는 “세상이 너무 망가져 큰일인데 이처럼 인성교육에 좋은 한시와 서예를 아우른 축제에 참석하니 뜻 깊다”고 했다.

 마당 한쪽에서는 색동 한복을 차려입은 학생들이 붓글씨 솜씨를 뽐내는 서예대회가 한창이었다. 청소년들은 각 지역 서당(書堂)에서 선비정신을 잇고자 짓고, 읽고, 쓰는 세 가지 과목에 정진하고 있다. 옛 학동(學童)처럼 머리를 길게 땋아 내린 한현호(13·이천 도립서당)군은 “그동안 배운 글 실력을 확인하려 나왔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강경(講經)대회가 펼쳐졌다. 강경은 조선조 말기까지 시행된 과거제도의 한 과목으로 시험관이 지정해주는 경서(經書)의 한 대목을 외우는 일이다. 무대에 오른 초중등학생들은 맑고 낭랑한 목소리로 『명심보감』 『소학』 등의 구절을 꼿꼿한 자세로 암송했다.

  한양원(91)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 이사장은 “ 오늘의 교육문제에 대한 한 대안이 서당문화”라고 강조했다. 한 이사장은 “미래 문화시대를 이끌어갈 제2의 한류가 서당문화임을 믿는다”며 “남원에 ‘한국 전통 민속마을’을 세워 그 본향이 되게 하련다”고 약속했다.

남원=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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