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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일성레포츠, IS로 개명 … 북 "김일성 주석 떠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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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스포츠의류 업체인 일성레포츠는 2007년 7월 개성공단 진출 때 현지법인 상호를 ‘IS 레포츠’로 바꿨다. 개명 이유가 북한 당국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일성 주석(1994년 사망)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은 또 공단에 입주한 한국환경공단과 한국산업단지공단 측에도 ‘한국’이란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홍양호 전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통일경제교실에 연사로 참석해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개성공단에 지점을 둔 우리은행도 ‘우리나라 우리은행’이란 홍보 문구를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5만3000명의 북한 근로자들에게 한국 기업(125곳)이 간식으로 월 500만~600만 개씩 제공해온 초코파이 지급도 지난해 11월 북측이 전면 중단시켰다고 홍 전 이사장은 전했다. 북한의 일반 근로자 월급이 북한돈 2500~3000원인데, 초코파이 한 개가 200원에 거래되면서 소득 격차에 따른 불만이 생겼다고 한다. 홍 전 이사장은 “북한 전역에 퍼지는 초코파이의 부정적 효과를 차단하고, 대북전단 풍선이 실어 보내는 초코파이를 수거하는 북한 군인이나 보안원에게 미치는 심리적 파장을 우려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그는 “남한의 상표가 있는 포장도 안 되고 중량·유효기간만 표시된 회색 포장만 허용된다”고 덧붙였다.

 홍 전 이사장은 “개성공단 가동이 북한에 시장경제와 남한사회를 이해시키고 품질과 디자인 등을 이해토록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처음엔 청바지 공장에서 (일부러 멋을 내려고) 찢어내는 모습에 북한 근로자들이 놀랐지만 지금은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황색 바람’(자본주의 풍조)의 두려움 때문에 북측 근로자들은 초기엔 컬러풀한 남성용 팬티를 만들지 못해 팬티에 대한 다양한 기호를 설득해야 했다”고도 했다.

 홍 전 이사장은 “김일성 때는 ‘종파주의’ 때문에, 김정일 때는 ‘아첨꾼’ 때문에 힘들었는데 김정은은 ‘나는 돈이 없다’고 말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소개했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홍 전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개성공단 관리를 책임진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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