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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리포트 - 신문콘서트 3탄] 이승철 "신문 속 나? 안 좋은 사회면서 좋은 사회면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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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가수 이승철(49)씨가 31일 홍대 롤링홀에서 열린 3회 ‘신문콘서트’에서 ‘네버엔딩스토리’를 부르고 있다. 공연 5시간 전 행사장을 찾아 4시간 동안 리허설을 한 그는 이날 ‘마지막 콘서트’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소녀시대’ 등 8곡을 불렀다. [오종택 기자]

데뷔 30주년. 500만 장이 훌쩍 넘는 음반 판매량과 세대를 아우르는 두터운 팬층. 2000여 회 공연을 통해 200만 관객을 모은 남자. 초대형 콘서트로 ‘이승철 콘서트’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가수 이승철(49)씨가 200석 규모의 소극장 앞에 섰다.

 31일 오후 7시 서울 홍익대 앞 롤링홀에서 세 번째 신문콘서트 ‘신문과 문화’ 무대가 펼쳐졌다.

 이승철씨의 이날 공연은 신문콘서트의 주인공인 2030 청춘들의 모습과 꼭 닮았다. 8m 너비의 작은 단상, 특수장치 하나 없는 민낯의 무대에 피아노·바이올린·첼로·기타·코러스 다섯 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세션이 섰다. 관객과의 거리는 3m 안쪽. 그가 환한 연두색 기타를 메고 걸어 나오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빠른 템포로 바꾼 ‘안녕이라고 말하지마’가 시작되자 100여 개의 카메라와 400개의 눈이 일제히 그를 향했다.

 #1. 30주년, 신문과의 인연 그리고 악연

이승철씨(왼쪽)와 정강현 청춘리포트 팀장이 과거 활동을 다룬 기사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곡이 끝나자 그는 선글라스를 벗고 돋보기 안경을 썼다. “노안이 왔다”는 우스개를 던지자 관객들의 웃음이 터졌다. 스타와 2030 세대 독자들이 마주 앉았다. 그와 수년간 인연을 이어 온 정강현 청춘리포트 팀장이 사회를 맡았다.

 -이렇게 작은 규모의 공연은 처음 아닌가.

 “20년 전 대학로 라이브 극장에서 4주 연속 공연을 해본 적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다. 공연장에서의 호흡이다.”

 -데뷔 30년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나이가 50이 되는 거고. (웃음)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다행인 건 패티 김 선생님이 50주년, 조용필 선배님이 40주년이라 (상대적으로) 젊은 느낌 아닌가 싶다.”

 -신문과 맺어 온 인연이 남다르다.

 “이상한 언론도 있고 집요한 언론도 있다. 근데 기분 나쁜 건 디스패치가 나를 안 쫓아다닌다는 거야. (관객 웃음) 데뷔하자마자 사건·사고로 사회면에 등장해서 좋은 기억이 없다. (웃음)”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들이 ‘문화와 신문, 그리고 중앙일보’를 주제로 관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이승철씨 관련 기사가 스크린에 떴다. 1992년 어깨를 잔뜩 웅크린 사진과 함께 실린 ‘당분간 라이브에만 전념’이라는 기사도 보였다. 그는 “방송 정지 후 7년 만에 복귀했을 때 나온 기사”라며 “어차피 방송사는 부르지도 않았는데 혼자 괜히 힘을 준 것”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두 번째 곡 ‘마지막 콘서트’를 부르고 좀 더 깊은 대화가 이어졌다.

 -신문을 챙겨 보는 편인가.

 “꼭 본다. 중앙일보와 매일경제를 읽는다. 모든 신문이 심각한 정치 얘기를 할 때 중앙일보는 다른 기사로 승부하고 사용하는 단어도 신선하다. 제일 먼저 보는 건 1면인데 음반으로 보면 타이틀 곡이잖아. 오늘의 주제는 뭘까라는 생각으로 늘 1면을 본다.”

 -젊은이들이 신문을 잘 안 읽는다.

 “신문에서 방송, 다시 인터넷으로 영향력이 넘어갔는데 음식으로 따지면 신문은 한정식이고 온라인은 편의점 식품이란 느낌이다. 신문은 깊이가 있고 인터넷은 편리하다.”

신문콘서트 행사장을 찾은 200여 명의 관객들이 이승철의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고 있다.

 -신문이 더 신경 썼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내 경우는 무명 작곡가를 꼭 넣는다. 그렇게 자꾸 수혈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거다. 문화면에 국한하자면 가요나 문화 기사가 아직도 문화사대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그가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부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가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노래는 생명이 있고 임자가 따로 있는 것 같다. 사회 분위기가 굉장한 역할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가 일주일간 370번 방송됐다. 곡도, 가수도 타고난 운명이 있는 것 같다.”

 -대중 예술가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는 것인가.

 “멋있게 말하면 책임감이지만 겁이 난다. 원래 자유로운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청문회를 준비하는 사람처럼 산다. 작은 횡단보도를 그냥 건너려다가도 ‘이승철 독도 지킬 생각 말고 신호나 지켜라’고 할까봐 조심한다.”

 -요즘 또다시 사회면에 등장하고 있다.

 “안 좋은 사회면에서 좋은 사회면으로 바뀌었다. 고(故) 박용하군이 아프리카 차드라는 나라에 학교를 짓겠다고 삽을 뜨고 떠났다. 제게 그 일이 들어와 개교식에 대신 참여하게 됐다. 사실 그전엔 ‘아프리카까지 가야 하냐. 기부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가서 보니 눈물 나더라. 감동의 눈물이 저를 움직였다.”

 변화의 계기는 2006년 김천소년교도소 합창단과의 공연이었다. 그는 “김천소년교도소에 있는 중형 범죄자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자, 대기실에서 손을 만지고 엄마 품에 안기게 하자는 생각으로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2030이 됐고 출소 후 바리스타를 하고 교회에서 봉사하는 사람도 있다”며 “합창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리쳐’ ‘My Love’ ‘소녀시대’ ‘네버엔딩 스토리’를 연달아 불렀다. 공연이 모두 끝난 순간 예정에 없던 앙코르가 이어졌다. 앙코르 곡은 그가 지난해 8월 탈북청년합창단과 함께 독도에서 불렀던 ‘그날에’였다.

 #2. 신문과 문화, 그리고 중앙일보

 앞선 1부에서는 ‘문화와 신문, 그리고 중앙일보’라는 주제로 2030 세대 독자와 문화부 기자들의 대담이 있었다. 클래식 담당인 김호정 기자는 “과거와 달리 젊은 연주자들의 역량이 훌륭하다”며 “더 이상 우리가 클래식의 변방이 아니라 중요한 인력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문화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중학교 교사인 윤장원(33)씨는 “수업 시간에 신문을 활용한 교육(NIE)을 많이 시도하는 편인데 문화면 기사가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는 “우리도 고민하고 있다”며 “문화 그 자체가 아니라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 읽기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문화부가 인기 부서냐는 질문에는 “중앙일보 선배인 고(故) 기형도 시인은 문화부를 두고 ‘누구나 가고 싶어 하지만 모두가 욕하는 부서’라고 했다”며 “매력 있는 부서”라고 답했다.

글=채윤경·노진호 기자 pcha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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