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수·학생 함께 "예스터데이…" 강의실로 들어온 비틀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경희대에서는 올해 국내 대학 최초로 ‘비틀스 클래스’ 과목을 개설했다. 포스트모던음악학과 합주실에서 학생들과 비틀스 곡을 연주하고 있는 이두헌 교수(왼쪽에서 둘째). [사진 경희대]
2008년 캐나다 퀘벡시가 시 탄생 400주년을 기념해 아브라함 평원에서 개최한 폴 매카트니 무료 콘서트의 모습. 폴 매카트니는 일흔셋의 나이에도 전 세계를 돌며 콘서트를 연다. [사진 중앙포토]

“예스터데이 올 마이 트러블즈 심드 소 파 어웨이(Yesterday all my troubles seemed so far away)-.”

 영국 출신의 4인조 록 밴드 비틀스의 명곡 ‘예스터데이’다. 3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경희대 국제캠퍼스 예술디자인대학 지하의 합주실에서 이 노래가 울려퍼졌다. 학생들이 동아리에서 연습 삼아 연주한 곡이 아니다. 이 대학 포스트모던음악학과에서 올해 최초로 개설한 ‘비틀스 클래스’라는 전공 실기 수업현장이다.

 “전 세계로 볼 때 1분에 한 번 라디오에서 나오는 곡이야. 리메이크 버전만 2000개고 예전에는 음악하면서 이 노래 모른다고 하면 맞았어. 폴 매카트니가 꿈에서 들은 멜로디로 아침에 만들어서 처음에는 ‘스크램블 에그’라고 불렀지.”

 이 수업을 만든 이두헌(50) 교수가 연주 틈틈이 학생들에게 곡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1985년 ‘새벽기차’로 데뷔해 ‘풍선’ ‘수요일에는 빨간장미를’ 등의 히트곡을 배출한 그룹 다섯손가락의 리더였다. 2000년부터 포스트모던음악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데뷔 당시인 스무 살 때 몰랐다가 스물다섯, 그룹 해체 후 비틀스의 음악을 듣고 충격 받았다”며 “어릴 적 비틀스 음악을 진지하게 연구했다면 내 음악이 훨씬 더 진보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수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원래 수업은 2학년생을 대상(20명 규모)으로 개설됐다. 하지만 학년 구분 없이 50명의 학생들이 몰렸다. 포스트모던학과 2학년생인 경기현(25)씨는 “막연히 알았던 비틀스의 역사부터 연주법까지 꼼꼼히 배울 수 있어 재미있다”고 했다.

1960년대 비틀스 멤버들. 오른쪽부터 존 레넌,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조지 해리슨. [사진 MPL Communications]

 비틀스는 63년 데뷔해 13집 앨범(렛 잇 비)을 마지막으로 70년 공식 해체했다. 활동기간은 고작 8년에 불과하지만, 해체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났는데도 비틀스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이 교수는 비틀스의 힘의 근원으로 ‘프레너미(friend+enemy)’가 있다고 분석했다. 프레너미는 협력하면서 경쟁하는 관계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비틀스의 네 멤버 중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의 경쟁관계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음반에 A·B면이 있다면 존과 폴은 서로 A면에 자기 곡을 수록하려고 해서 A면이 두 개인 앨범이 나오기도 했다”며 “심하게 경쟁했지만 애초에 폴을 영입한 것은 존이었고, 당시 그는 폴에게 ‘우리 팀을 강하게 해달라’고 부탁해 비틀스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존 레넌과 조지 해리슨이 별세해 멤버 넷이 모두 모인 무대는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비틀스의 음악은 폴 매카트니를 통해 계승되고 있다. 올해로 73살인 그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를 누비며 활발히 공연하고 있다. 음원 저작권료만으로 일주일에 13억원 가까이 벌며, 공연 매출 세계 1위인 현역 가수다.

 폴 매카트니의 첫 내한 공연이 5월 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지난해 그의 공연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건강악화로 공연이 취소됐다. 지난해 한국 언론사상 처음으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한 매카트니는 “한국 공연을 기다리는 중요한 이유는 한국 팬과 슬픔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며 “함께 슬퍼하고 있는 나의 마음을 희생자 가족에게 전하고 싶고, 슬픔에서 벗어나는 데 내 음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4년 5월 17일,1·13·14·15면>

 인터뷰가 있기 전 발생한 세월호 사고를 놓고 그가 전한 위로의 메시지였다. 반전과 평화를 사랑한 비틀스의 멤버답게 그는 “남한과 북한을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며 “거지 같은 정치 이념을 단박에 가로질러 남북의 경계선 그 바로 위에서 하는 콘서트! 곧 실현될지 누가 알겠습니까”라고 전했다.

 매카트니의 공연을 앞두고 메가박스에서는 매카트니의 전성기를 담은 콘서트 실황 ‘폴 매카트니의 락쇼’를 다음 달 2일부터 극장 최초로 상영한다. 비틀스 해체 후 매카트니가 부인 린다 매카트니, 기타리스트 데니 레인 등과 함께 만든 록 밴드 ‘윙스’의 공연이다. 월드투어 중 미국 투어(1975~76년)의 하이라이트만 골라 만들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60년대를 알려면 비틀스 음악을 들으라는 말이 있다. 60년대는 대중음악이 태동하는 시기였고, 비틀스가 그 지평을 넓혔다”며 “리버풀 출신의 노동계급 청년들의 성공기도 담겨져 있는 등 시대적·예술적·교육적 가치가 모두 어우러진 그룹이기에 지금까지 널리 회자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비틀스=존 레넌·폴 매카트니·조지 해리슨·링고 스타가 결성한 영국 4인조 밴드. 1963년 1집 앨범 ‘플리즈 플리즈 미’로 데뷔해 70년 4월 공식 해체했다. 6 4년 미국에 진출하자마자 음반차트를 휩쓸어 ‘영국의 미국 침공’(British Invasion)이라 불리기도 했다. 당시 CBS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한 비틀스의 공연을 7500만 명이 시청했고, 그날 저녁 청소년 범죄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