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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부친 폭행해 숨지게 한 취준생에 징역 6년

중앙일보

입력

  취업준비생 A(28ㆍ여)씨는 자격증 공부를 하던 지난해 초 수술을 받은 부친(당시 63세)의 간호를 하게 됐다. 양쪽 무릎에 인공관절수술을 받은 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했다. 어머니와 번갈아 간호를 하면서 학원에 다니며 공부해야 하는 이중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지난해 2월 A씨는 “재활운동을 해야 한다”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무릎을 함부로 움직이는 아버지를 때리게 됐다. 한번 시작한 폭행은 날로 심해졌다. 매주 1~2회씩, 손이나 플라스틱 안마봉 등으로 아버지의 등과 옆구리 등을 수십 회씩 때렸다. 같은 해 4월엔 잠에서 깨어난 아버지가 다리를 멋대로 움직였다는 이유로 화를 내며 1시간 동안 나무몽둥이를 휘둘렀다. 갈비뼈 2개가 부러졌고 장기간 학대를 받아 온 아버지는 이날 속발성 쇼크로 숨졌다.

A씨 측은 재판에서 “중학교 시절 지속적인 학교폭력에 시달렸고 집단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으며 범행 당시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의 배심원은 만장일치로 “A씨의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할 수 없다”고 평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정신감정결과에 따르면 심신미약 상태인 게 맞다”며 배심원 평결을 수용하지 않았다. 다만 배심원의 양형 의견을 받아들여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심신미약을 인정할 수 없고, 징역 6년은 죄질에 비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김용빈)는 “법리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비법률 전문가인 배심원의 평결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문적인 정신감정 결과, A씨는 과거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은데다가 분노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등 정서 불안정성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씨를 심신미약 상태라고 본 1심은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 “어머니와 언니 등 유족이 선처를 구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1심에서 정해진 징역 6년도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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