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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협상 들어간 공무원연금 개혁 … 여야 간사에게 물었더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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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50개 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8만여 명이 참석했다. [뉴시스]

“김태일 중재안이 마지노선 야당, 정확한 수치 제시해야”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야당과 공무원노조가 안을 미리 냈더라면 논의가 빨라졌을 것”이라며 “실무기구 협의가 시작되더라도 야당이 첫날부터 개혁안의 정확한 수치를 제시해야만 타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도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줄어든 연금액을 개인저축으로 보완하는 김태일 중재안 수준”이라고 밝혔다.

-합의안 도출에 왜 실패했나.
“새누리당은 논의 초반부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고, 정부안이 나온 지도 꽤 됐다. 하지만 공무원노조·교총 등 관련 단체는 자체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가 막판인 27일이 돼서야 연금 개혁의 방향과 원칙만을 제시했다. 야당도 25일에야 안을 공개했다. 야당과 공무원노조가 방안을 미리 냈더라면 논의가 빨라졌을 거다. 30여 차례나 열린 회의를 통해 미리 각자 자신의 입장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 사회적으로 갈등이 있는 문제일수록 전략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마지막에야 패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야당 방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구체적인 연금 조정 숫자가 나올 거라고 기대했는데 조정 규모가 ‘α(알파)’ ‘β(베타)’ ‘γ(감마)’ 식으로 애매하게 돼 있어서 진짜 실망했다. 비겁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알파·베타 값이 얼마인지에 따라 공무원연금 전체가 크게 영향을 받는데 그것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하긴 무리다. 많이 미흡하다고 본다.”

-새누리당안과 어떤 차이가 있나.
“새누리당안은 아주 간단한 철학이 담겨 있다. 재직 중인 공무원은 더 이상 국민한테 손 벌리지 않도록 수지 균형을 맞추고, 신규 가입자는 국민연금 형태로 가겠다는 거다. 우리 방안은 결국엔 국민연금 하나로 통합하는 구조이고, 공무원연금은 사실상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야당안은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한 층이 더 있는 구조를 계속 살려두겠다는 거다.”

-야당에서는 자신들의 방안이 재정절감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하는데.
“새누리당안은 앞으로 60년 이후의 장기적인 재정절감 효과가 다른 어떤 방안보다 강하다. 지금까지는 보험료를 올리긴 했지만 연금을 깎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빠른 고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연금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보험료를 올리는 것과 함께 연금도 깎아야 한다.”

-실무기구 구성 합의는 사실상 대타협기구를 연장한 게 아닌가.
“활동 기간 연장이 아니다. 대타협기구 논의 결과를 정리해 국회 특위로 넘기는 며칠 동안 실무 협의 채널을 가동해보자는 거다. 어차피 특위도 자료가 넘어오기 전에는 가동을 못한다. 그사이에 협의를 더 하자는 거다. 길어봤자 다음달 6일까지일 것이다. 딱 일주일 정도다.”

-단일 합의안이 나올 수 있을까.
“일단 각자의 방안은 모두 나왔다고 본다. 그렇다면 합의한 재정추계 모형(개혁안이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는 통계 모형)에 따라 각자가 제시하는 방안을 대입해서 공개하는 과정이 있을 수 있다. 야당이 실무회의 첫날부터 정확한 조정 수치를 제시해야만 단일 합의안이 나올 수 있다.”

-김용하 교수가 제시한 중재안은 받아들일 용의가 있나.
“공무원연금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도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김태일 교수 중재안이다. 다만 김용하 교수 안도 수지 균형을 맞춰 더 이상 국민한테 손 벌리지 않는다는 철학이 담겨 있으니까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할 수 있다.”

-공무원노조에선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발하는 대규모 집회까지 열었다.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법외노조인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는 당초 (대타협기구에서) 나갈 거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판을 깨지 않고 끝까지 남았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를 한다. 결국 여야가 실무기구 구성에 합의하는 데에 영향을 줬다. 노조와도 상호 신뢰가 어느 정도 쌓였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시한이 5월 2일이다. 합의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나.
“(단호하게) 기간 연장은 절대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기한 내에 타결하겠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몇 년에 걸쳐 협의해야 할 일 정부가 밀어붙여 타협 실패”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은 “정부가 몇 년에 걸쳐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사안을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인 것이 대타협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반 토막 연금’ 방안을 포기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실무기구 협상에서 타협의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유는.
“연금 개혁 자체가 원래 어려운 거다. 당사자들은 노후가 걸린 문제니까 강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연금을 반 토막 수준으로 낮추겠다며 시한을 정해놓고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여 공무원 조직의 반감을 산 게 근본 원인이다. 과거 이 정도 합의는 2~3년은 족히 걸렸고 유럽은 5∼10년에 걸쳐 장기간 논의한다. 대타협기구 활동기간 90일 동안 실제 안을 놓고 논의한 건 마지막 10여 일뿐이었다.”

-새정치연합이 방안을 늦게 내놨다는 책임론도 있다.
“비판을 받아들인다. 다만 우리는 당사자주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연금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와 노동자인 정부와 공무원노조가 합의할 문제다. 그래서 우리는 방안을 내지 않으려 했다. 그동안 정부는 계속 공식적으로 개혁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노조는 그걸 핑계 삼아 계속 (합의를) 피한 거 아니냐. 시한은 다가오는데 우리가 안을 안 내놓으면 노조는 뛰쳐나가겠다고 하고 여당도 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해 왔다. 고민 끝에 대타협기구 종료 시한 전에 우리 방안을 제시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거다.”

-새누리당이 ‘α(알파)·β(베타)만 있는 수학공식안’이라며 야당 안을 비난했다.
“노조가 부담률, 즉 보험료율과 지급률에 대해 선택할 여지를 남겨둔 거다. α·β로 썼지만 우리는 이미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그 결과도 가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바보 같은 비판만 했다. 우리 안은 공무원단체 등과 오랫동안 논의하고 굉장히 고심한 끝에 나온 방안이다. 재정 절감 효과도 큰 절묘한 안이었다. 그 정도라면 여당도 빨리 받았어야 했고, 그러면 대타협도 됐을 것이다. 그런데 애초부터 타협 의사가 없었든지 뭘 모르는 건지 그걸 거부하더라.”

-공무원노조도 야당안을 비판하고 당사 점거 농성까지 벌였는데.
“노조 주장을 최대한 듣고 합리적인 방안을 내려고 노력했는데 당사를 점거할 거라곤 예상 못했다. 상당히 불쾌했다. 정부·여당에 불만을 가져야지 왜 화살을 우리에게 쏘나. 우리도 기분 나빠서 손을 털어버리려고도 했다. ‘정부·여당은 α·β 가지고 야당을 조롱할 거면 너희가 알아서 노조를 설득해라’ ‘노조도 더 이상 우릴 이용하지 말고 정부에 직접 부닥쳐라’고 하며 ‘야당 역할은 끝났다’는 성명을 내놓고 나가버리려 했다.”

-여당 안으론 타협이 불가능한가.
“여당 방안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 그건 안도 아니다. 무엇보다 연금이 너무 많이 깎이는 데다 재직 공무원과 신규 공무원 간의 차이가 극심하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춘다는 차원에서 신규 공무원에 대해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춰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노후 보장은 사적 연금으로 해결하라는 거다. 우리는 이걸 음모라고 본다. 보험사들의 돈벌이를 위한 사적 연금 시장 활성화 의도는 이미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적도 있다. 보수 우파 진영, 금융세력이 시도해 오던 노력이다. 복지국가로 가려면 공무원연금을 깎을 게 아니라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높여 나가려 노력해야 한다. 더 많이 받기 위해 더 내는 것이 복지국가의 방식이다.”

-그래도 앞으로 실무기구에서 논의한다는 합의문까지 나왔다.
“다행히 막판에 여당 추천의원인 김용하 교수의 중재안처럼 공적연금 자체를 허물려는 기도를 포기한 방안이 나왔고 김현숙(새누리당) 의원이 야당이 주장한 공적연금 강화 취지에 동의한다고 하면서 재협상 합의문이 나올 수 있었다.”

-대타협기구 활동에 대한 평가와 향후 실무기구에서 타협 전망은.
“첨예하게 이해가 갈리는 문제에 대해 국회가 주도해 원탁 토론으로 해결을 시도한 건 헌정 사상 최초의 민주적 실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부·여당이 반 토막 연금과 신·구 공무원 차별을 포기했다고 보여지는 징후가 나타나 타협에 희망은 있다고 본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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