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태균의 푸드&헬스] 칼슘·칼륨·오메가3 … 멸치는 작지만 큰 ‘국민 생선’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20호 22면

바다에 사는 2만 여 종의 생선 가운데 가장 많은 식구를 거느린 것은 “너도 생선이냐”라며 대놓고 멸시를 당하는 멸치다. 험한 바다 환경에서 멸치가 대가족을 이루고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은 몸집이 작고 부화와 성숙이 빠르다는 데 있다. 암 멸치 한 마리는 보통 5000개의 알을 낳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3월의 웰빙 수산물’로 선정한 멸치는 ‘밥상의 감초’와 같다. 토속 음식인 된장국이나 시래기 국엔 멸치 우린 국물을 따를 게 없다. 멸치젓이 없으면 김장을 담그기 힘들다. 말린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술안줏감으로도 그만이다. 풋고추와 함께 볶아 놓으면 훌륭한 밑반찬이다.

한해살이 생선인 멸치는 잡히는 시기에 따라 ‘봄멸’과 ‘가을멸’로 나뉜다. 봄멸은 보통 3월 중순∼5월 중순에 알을 낳기 위해 한반도 연근해로 찾아온다. 가을멸은 9~12월에 잡힌다.

칼슘·칼륨·오메가-3 지방(EPA·DHA 등)이 풍부한 것이 영양상 강점이다. 우리 국민이 권장량보다 부족하게 섭취하는 영양소 ‘3인방’이다. 멸치의 칼슘 함량은 100g당 509㎎(생것 기준)으로 같은 무게의 우유(105㎎)보다 훨씬 높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클수록 칼슘 함량이 높다.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돕는 비타민 D까지 들어 있어 큰 멸치 한 마리를 먹으면 칼슘의 체내 흡수량이 27㎎에 달한다.

칼슘은 뼈·치아 건강과 신경 안정을 돕는 미네랄이다. 섭취량이 부족하면 골다공증이나 골절 위험이 있고, 불안·짜증 유발의 한 요인이 된다. 성장기 어린이와 폐경 여성(골다공증 예방), 노인(골절 예방)에게 굵은 멸치를 잘 우려낸 국이나 찌개를 추천하는 것은 그래서다. 칼륨과 오메가-3 지방은 혈관 건강에 이롭다. 칼륨은 혈압을 조절하고 오메가-3 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특히 피부·관절 건강에 유익한 콜라겐(단백질의 일종),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압을 조절하는 아미노산(단백질의 구성성분)인 타우린이 풍부하다.

한방에선 멸치처럼 몽땅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생선을 관절 건강에 유익한 식품으로 간주한다. 통째로 먹으면 콜라겐을 모두 섭취할 수 있어서다. 흔히 ‘똥’이라 불리는 검은 부위는 내장이다. 쌉쌀한 맛이 나지만 칼슘 등 영양이 풍부하므로 함께 먹는 것이 좋다.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은 풋고추다. 풋고추와 함께 먹으면 멸치에 부족한 영양소인 비타민 C·식이섬유·파이토케미컬을 보충할 수 있다. 풋고추의 매콤한 맛과 멸치의 감칠맛은 잘 어울린다.

멸치젓은 새우젓과 더불어 젓갈 소비의 두 축이다. 멸치를 소금에 절인 뒤 상온에서 일정기간 보관해 얻는다. 일반적으로 봄에 담는 춘젓 맛이 가을 추젓보다 낫다. 보통 멸치 한 되에 소금 서 홉을 섞어 절이는 게 기본이다. 원료의 선도가 떨어지고 지방이 많으며 기온이 높을수록 소금 사용량을 늘려야 한다.

멸치젓은 남해안에선 연 1회(음력 3~5월), 멸치가 두 계절에 잡히는 동해안에선 연 2회(음력 4월과 7~8월) 담근다. 볶을 때는 센 불을 피하는 것이 좋다. 센 불을 사용하면 멸치가 딱딱하게 굳어져 맛이 떨어진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