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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리포트] 가수에 대한 ‘팬심’에서 가사 아이디어 꺼낸답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이유의 ‘좋은 날’,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엑소 ‘Lucky’, 박정현 ‘서두르지 마요’, 인피니트 ‘틱 톡’, 빅스 ‘다칠 준비가 돼 있어’,
케이윌 ‘가슴이 뛴다’, 에일리 ‘저녁하늘’, 토이 ‘인생은 아름다워’, 이선희 ‘그중에 그대를 만나’, 조용필의 ‘걷고 싶다’.

10대 아이돌그룹부터 가왕 조용필(65)까지, 다양한 가수들이 부른 이들 수많은 히트곡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김이나(36) 작사가가 가사를 썼다는 것이죠. 3년 연속 가온차트 K-pop어워드 ‘올해의 작사가상’을 받을 정도로 요즘 가장 ‘핫’한 그를 소년중앙이 만났습니다.

지난 19일 오전 11시 마포구 서교동의 카페 꼼마 2호점에서 김이나 작사가의 첫 책 『김이나의 작사법』(문학동네) 출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작사 경력 10년. 한국음악저작권협외에 등록된 회원 2만 명 중 작사가로는 가장 많은 수입을 거둬들이고 있다.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작사가인 그가 ‘작사법’에 대한 책을 내고 기자들을 만났다.

임소정 학생기자가 소중 독자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김이나 작사가는 “내가 아는 확실한 진리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어떻게 하면 작사가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자꾸 듣게 되면서 이상한 부채의식이 생겼어요. 한 사람씩 일일이 답해줄 수는 없고, 책으로 잘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작사의 정석이라기보다 내가 아는 작사의 모든 기술을 다 적는 마음으로 썼어요.”

―어떻게 작사가가 됐나요.

“어릴 때부터 가수를 좋아하기보다 좋은 노래의 작곡가를 찾아내서 좋아했어요. 자연스럽게 대중음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품었죠. 창작을 하겠다기보다는 음악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공연기획, 음반 재킷 디자인, A&R(아티스트&레퍼토리,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그에 맞는 곡을 발굴해 계약·제작하는 일) 등의 일을 하다가 작사를 할 기회가 왔죠.”

―가사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나요.

“저의 가장 큰 비법은 가수에 대한 ‘팬심’이에요. 가령 조용필·이선희 선생님의 경우 혼자 지켜보며 상상해온 이미지가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가사를 쓸 때 무의식적으로 데이터가 되어줘요. 가사를 쓸 땐 항상 가수의 실제 모습을 생각하면서 거기에서 받은 인상에서 많은 걸 떠올리는 편이에요.”

―가사는 시가 아니라고 하는 데요.

“가사는 혼자 존재할 수 없는 글이거든요. 곡이 먼저 있고 그 다음이 가사라서요. 루시드폴이나 이적, 타블로 같은 싱어송라이터의 경우엔 곡과 글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으니 진짜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전문 작사가라 곡에 맞는 글을 만드는 거죠. 발라드를 쓸 땐 시에 가까운 감성을 가지고, 댄스곡을 쓸 땐 철저히 실용음악적으로 접근합니다.”

―작사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문학 소녀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작사가가 되고 싶어하는 거라면, 전혀 그런 직업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대중음악산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움직이는 많은 사람 중 하나일 뿐입니다. 내 음악,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라면 작사가가 아니라 싱어송라이터가 되어야 하는 거죠. 전문 작사가는 음악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알아야 해요.”

학생기자 취재 후기
“작사가는 가수 위한 스태프” 현실적인 조언 인상적이었죠

간담회가 끝난 뒤 김이나(오른쪽) 작사가와 기념 촬영한 임소정 학생기자.

소년중앙 카페에서 어쩐지 익숙한 이름이라고 생각하며 취재 공지를 읽던 중에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매드클라운의 노래 ‘화’의 가사를 김이나 작사가가 썼다는 걸 알게 됐다.

'Trouble Trouble Our destiny/ 누가 더 아파 누가 더 사랑해/ 내게 미친 널 보고 있으면 난 웃지 이렇게 웃지'

가사도 좋고 목소리도 좋고 랩도 좋고 정말 다 좋은 곡이라 벨소리로 쓰고 있다. 그 밖에도 김 작사가가 가사를 쓴 곡의 목록을 보니 거의 다 내가 아는 곡이었다. 꼭 만나고 싶어 학교에 체험학습신청서를 내고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김 작사가는 이번 책을 통해 작사가가 되고 싶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모두 공개했다고 한다. “소녀 감성이나 낭만에 젖어 작사가가 되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는 너무 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작사가는 사실상 가수를 위한 스태프”라고 강조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어릴 때 다양한 책을 많이 읽으면 가사를 쓸 때 예전에 읽었던 것이 기억나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조언, 시와 가사는 다르다는 설명도 기억에 남았다.

간담회에서 저자의 사인이 담긴 책 『김이나의 작사법』을 선물로 받았다. 여러 사람들이 이 책의 추천사를 썼다. 김 작사가는 그중에서도 아이유가 “노래를 부르는 입장에서 정말 든든한 이야기꾼”이라고 쓴 것을 최고로 꼽았다. 가수를 안심시킬 수 있는 작가가가 되길 원해서라고 한다. 작사가가 꿈이거나 음악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뿐 아니라 모든 친구들에게 좋은 조언이 많이 담겨 있는 유익한 책이었다.

임소정(서울 잠전초 6) 학생기자

글=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동행취재=임소정(서울 잠전초 6) 학생기자, 사진·동영상=장진영·우상조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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