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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짓고 보자" 세금 낭비, 평창은 전철 밟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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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축구장 20배에 이르는 땅에 198억원을 들여 만든 이천농업농촌테마공원. 연간 5만 명이 찾을 것으로 봤지만 실제 방문객은 4개월간 약 2000명에 불과하다. 관광명소나 교통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본지의 기획보도 ‘내 세금 낭비, 스톱’에 나온 사례다. 기사에는 사업 타당성이나 활용계획을 대충대충 세웠다가 ‘세금 먹는 하마’가 된 사업이나 사례가 수없이 등장한다. 관리비만 2년간 146억원을 삼키는 여수엑스포 사업이 대표적이다. 20여 개 전시관과 시설 중 대부분 철거되고 8개만 남았는데도 수입사업이나 쓸모를 찾지 못해 관리비만 축내고 있는 것이다.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했지만 보행자가 거의 없는 수원 육교, 염색공단 옆에 산책로를 내 악취 때문에 원성을 사는 대구 달서천 사업, 관광객을 못 끌어들이는 예천 충효테마공원 등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예산을 쓰고도 제 구실을 못하는 전국의 사례다.

 수많은 지적을 받아도 ‘묻지 마’ 사업이 계속되는 이유는 화려한 건물·시설을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해 다음 선거에 활용하려는 단체장의 안이한 사고 때문이다. 여기에 단체장을 견제하기는커녕 이를 부추기는 지방의회의 무능도 한몫한다. 각종 복지 서비스가 동시에 시작돼 지방재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무리한 사업을 강행하는 것이다. 우선 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자기 임기만 생각하는 편협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근본적으론 주민들이 그런 시장·군수와 지방의원을 감시하고 표로 심판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줘야 한다.

 당장은 8000억원을 들여 시설 7개를 짓고 있는 강원도 평창 겨울올림픽이 걱정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의 경우 1조5000억원을 투입한 시설 16곳에 관리비만 연간 100억원 이상이 들어가지만 경기장 등을 활용해 벌어들이는 돈은 거의 없다. 강원도와 중앙정부는 꼭 필요한 시설인지, 다른 지역의 시설을 대신 쓸 수 없는지 다시 한번 살피고 사후 시설활용계획도 더 깐깐이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