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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 중계권 양극화 심각

중앙일보

입력

야구팬인 회사원 조성운(38·서울 화곡동)씨는 집에 설치한 케이블TV 사업자를 바꾸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 올 시즌부터 5개 채널에서 중계하는 프로야구 가운데 한 경기를 시청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조씨는 "케이블TV 사업자에게 문의하니 '모든 경기를 다 보고 싶다면 매달 1만원을 더 내고 고급형 옵션으로 바꾸라'고 한다"며 "지난해까지는 월 7000원대 기본형으로 모든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프로야구 전 경기를 보기 위해선 돈을 더 내야 할 판"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5일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를 중계할 방송사로 KBS·MBC·SBS 등 지상파 3사, 스포츠전문케이블채널 3사(KBSN스포츠·MBC스포츠플러스·SBS스포츠)에 스카이스포츠와 SPOTV+ 채널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프로야구는 신생팀 kt가 1군 리그에 진입함에 따라 하루 4경기에서 5경기로 늘어났다.

그동안 중계권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KBO는 지상파 3사 컨소시엄과 일찌감치 중계권 협상을 마쳤다. 지상파 컨소시엄은 프로야구 중계권 판매대행업체인 ㈜에이클라에 재판매 협상을 맡겼다. 지상파 3사의 계열사인 KBSN스포츠, MBC스포츠플러스, SBS스포츠에 재판매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에이클라가 제 4,5채널을 선정하기 위해 일부 종편 및 XTM·스카이스포츠 등과 접촉한 결과 스카이스포츠만 들어왔다. 그래서 에이클라가 직접 운영하는 SPOTV+에서도 한 경기를 중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까지 프로야구를 중계했던 XTM은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며 포기했다.

프로야구 중계권 액수는 급격하게 뛰어올랐다. 1년에 180억원 수준이던 기존 계약이 끝나자마자 두 배에 가까운 350억원 수준으로 올랐다. 지난 시즌에 비해 선택권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야구팬들의 보편적 시청권은 오히려 줄었다. 스카이스포츠와 SPOTV+가 기본 채널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KBO의 중계권 협상 결과가 발표된 뒤 "집에서 시청 불가능한 채널의 야구중계는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채널이 프로야구를 중계하면 야구팬들이 불편해진다. 류현진이 뛰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가 좋은 예다. 지난 2013년 타임워너케이블이 25년간 총액 83억5000만달러(9조1560억원)에 중계권을 인수한 뒤 LA 시민들은 TV로 경기를 보기 어려워졌다. 타임워너케이블의 LA 지역 점유율이 30%에 불과한 데다 타 방송사와의 재판매 협상도 무산됐기 때문이다. 김도균 경희대 교수(스포츠마케팅)는 "프로야구는 공공재다. KBO는 수익 증대 못지 않게 팬들이 불편 없이 중계를 접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K리그 중계, 돈 주고 부탁할 판"=중계권 시장의 공룡으로 성장한 야구와 달리 축구는 답보 상태다. 프로축구 K리그 중계권료는 연간 65억원으로 프로야구의 5분의1 수준이다. 시청률이 떨어지는 데다 광고 편성도 불리해 방송사들의 외면을 받았다. "K리그 중계를 늘려 달라"는 이영표 해설위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KBS가 올 시즌부터 KBS1채널을 통해 지상파 중계를 시작했다. 하지만 전체 38라운드 중 16차례만 중계가 예정돼 있다. 한 축구인은 "내년부터는 프로축구연맹이 KBS에 경기당 1억원 정도의 제작 비용을 지불할 예정"이라면서 "수신료를 받아 운영하는 KBS1채널이 별도의 제작비를 받는 게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구단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팬들의 관심이 높아진 점, 내년부터 축구협회의 A매치 중계권 협상 옵션에 K리그가 포함된다는 점 등은 희망적인 변수다.

겨울스포츠인 농구와 배구는 중계권료 격차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2008년 프로농구의 중계권료가 연간 50억원으로 프로배구(15억원)의 3배를 넘었다.그러나 농구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배구가 바짝 따라붙었다. 지난 2013년 체결한 프로배구 중계권료는 3년간 100억원으로 연간 33억원 수준이다. 세계 정상급 공격수들을 영입하며 경기 수준을 높인 게 인기의 비결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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