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국사교육 강화가 시류 따른 정책 안 되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교육부총리 자문기구인 국사교육발전위원회가 국사교육 발전 방안을 마련했다. 국사 수업시간 확대와 국가고시에서 국사과목 부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우익 교과서 채택 확대 시도,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이 한창인 가운데 푸대접 논란에 휩싸여 있던 역사교육에 대한 강화대책이 나와 다행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사교육 바람이 한때의 유행병이 아니길 바란다.

한국 교육에서 역사교육은 서자 신세다. 중.고교의 국사 수업시간은 두 시간에 불과하고 고1까지만 배운다. 고2부터는 10개 사회과 선택과목 중 역사영역인 한국근.현대사나 세계사를 고른 학생만 역사교육을 받는다. 그나마 한국 근.현대사를 선택한 학생은 32.6%이고 세계사를 공부하는 학생은 9.6%에 불과하다. 고1 필수과목인 국사는 조선후기까지 전근대사가 중심이다. 고2, 3 때 한국 근.현대사를 선택하지 않는 학생은 근.현대사에 관한 한 까막눈인 셈이다. 세계화를 외치면서 세계사를 외면하는 학생이 90%가 넘는 것도 웃지 못할 현상이다. 학생들이 국사를 비롯, 역사교육을 외면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각종 시험에서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사는 수능시험 사회탐구영역의 11개 선택과목 중 하나이고, 사법시험에서는 이미 1997년 제외됐고, 행정.외무고시에서는 지난달 25일 시험이 마지막이었다. 학교 수업에서도 홀대받고 시험 필수과목도 아닌데 누가 애써 역사를 공부하겠는가.

이참에 역사교육 과정은 대폭 수정돼야 한다. 당장 국사와 세계사 과목의 통합이 시급하다. 국사 따로, 한국 근.현대사 따로, 세계사 따로 배우니 절름발이가 되기 쉽다. 세계사에 대한 보편적인 지식과 이해 없이 국사만 배워서는 편협한 역사관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또 중.고교의 국사 수업시간도 늘리고 대학에서도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할 만하다. 교양있는 국민이라면 한민족의 역사적 영욕상을 세계사 속에서 올바르게 파악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일본.중국과의 역사전쟁에서 이기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