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1만원 상품권 받아도 처벌 … 김영란법보다 무섭다

중앙일보

입력 2015.03.16 01:03

업데이트 2015.03.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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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초등학생 학부모 김모(39·서울 강서구)씨는 지난해 스승의 날 담임교사의 휴대전화로 3만원짜리 케이크를 살 수 있는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을 보냈다. ‘감사의 선물로 드리니 부담 없이 받으세요’란 문자메시지도 함께였다. 해당 교사 역시 ‘감사의 선물’이라고 여겨 받았다. 당시 관행상 3만원 이하 선물은 징계 대상이 아니었다.

 올해부터 상황이 달라진다. 1만~2만원짜리 상품권은 물론이고 기프티콘을 받은 교사도 경고·감봉 등 징계를 받는다. 서울시교육청은 새 학기부터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보다 강력한 ‘조희연표’ 촌지 근절 대책을 시행한다고 15일 발표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촌지 문화를 근절해 더 이상 학부모가 학교에 빈손으로 갈 건지 선물을 사 갈 건지 고민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촌지 액수는 1원도 안 된다는 게 시교육청의 원칙이다. 한 번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의 한계를 둔 김영란법보다 금액 면에선 훨씬 빡빡하다. 금액에 따라 10만원 미만 금품 수수 시 경징계(감봉·견책), 10만원 이상이면 중징계(파면·해임)한다. 시교육청은 교사가 촌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신고한 사람에게 수수액의 10배, 최고 1억원까지 보상금을 준다.

 이번 대책에 따라 각 학교는 이달 중 학교장 명의로 학부모에게 ‘촌지(불법찬조금)를 받지 않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교사의 자택 주소도 알려줘선 안 된다. 다만 스승의 날·졸업식 등에서 공개적으로 받는 꽃·케이크 등 3만원 이하 선물은 가능하다. 또 교사가 자진 신고하면 징계받지 않는다.

 여기에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촌지를 받은 교사는 가중 처벌을 피할 수 없다. 100만원 이상 받으면 징계 외에도 사법당국에 고발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최진녕 대한변협 대변인은 “ 촌지 수수는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된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100만원 미만도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촌지를 준 학부모도 같은 처벌을 받는다.

 이 같은 촌지 대책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이은옥(42·서울 마포구)씨는 “아직도 ‘선생님은 이거 갖고 싶다’며 노골적으로 촌지를 요구하는 교사가 있는데 마음이 한결 편하다”고 말했다. 김모(43·서울 서초구)씨는 “1만~2만원까지 징계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 같다. 촌지는 워낙 은밀히 이뤄지는데 처벌을 강화한다고 근절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부 교사는 반발했다. 김모(41·서울 동작구) 교사는 “ 교사가 의심받으면 제대로 교육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직 사회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오해받으면 교원의 사기가 떨어진다. 조 교육감이 정한 규칙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기환·신진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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