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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양 때 5조 M&A … MB정부 실세 외압 있었나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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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5일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을 전격 출국금지한 검찰은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계좌 추적에 나서는 등 비자금 사용처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정 전 회장은 2009년 취임 당시부터 이명박 정부 실세로 지목된 2~3명과의 유착설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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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뉴시스]

 1차 수사 대상인 포스코건설은 정 전 회장과 함께 출국금지된 박모(56) 전 동남아사업단장 등 임직원들이 107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자체 감사에서 드러났다. 포스코건설 베트남 법인은 2009년부터 현지 고속도로 공사 하청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한다. 검찰은 베트남 사업을 책임졌던 박 전 단장 등에 대한 계좌 추적을 통해 이 돈이 국내로 유입됐는지, 포스코와의 유착설이 제기된 정·관계 인사 로비에 사용됐는지를 캐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 포스코와 포스코건설 전·현직 임직원들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베트남 사업 외에 동남아·인도·남미 등 다른 해외 공사 수주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특히 정 전 회장 재임 당시 최측근으로 포스코건설 대표였던 정동화(64) 전 부회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실세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정씨가 포스코와 정치권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국세청이 2013년 9월 철강 가공·도매 업체인 포스코P&S를 세무조사한 뒤 조세포탈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당시 국세청은 포스코P&S가 실제 거래가 없으면서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수백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포스코P&S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특히 포스코그룹 관련 의혹이 정준양 전 회장 재임 시절에 집중된 점을 중시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은 2009년 2월 포스코 회장에 선임돼 2014년 3월까지 회장을 지냈다. 포스코는 정 전 회장 취임 후 인수합병(M&A)을 계속해 2009년 36개였던 계열사 수가 2012년엔 70개까지 늘었다. 정 전 회장은 당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20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호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채비율이 2008년 65.7%에서 2011년 92.5%까지 오르는 등 ‘부실 경영’ 비판을 받았다.

 포스코가 정 전 회장 재임 중 인수합병과 지분 투자 등에 쏟아부은 돈은 5조원을 웃돈다. 이 중 일부는 ‘터무니없는 거래’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0년 3월 인수 당시 부채비율이 1600%가 넘었던 성진지오텍의 지분 40%를 당시 시세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1593억원에 사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와 합병한 포스코플랜텍은 현재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합병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실세가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가 이들 계열사를 인수하는 과정에 외압이나 청탁 등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로 했다.

 정 전 회장은 서울대 공업교육과 졸업 후 1975년 엔지니어로 포스코에 입사했다. 포항종합제철 생산기술부장, 광양제철소장, 생산기술부문 부사장 등을 지낸 뒤 2007년 2월 포스코 사장, 2008년 12월 포스코건설 사장이 됐다가 2009년 1월 말 CEO 추천위원회에서 회장 후보로 선출됐다. 같은 해 4월 우제창 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박영준 국무차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이구택 회장 등을 사전 접촉해 ‘청와대 뜻’이라며 정 회장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김백기·이수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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