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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부, AIIB 참여 국익에 맞게 결단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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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영국이 나흘 전 전격적으로 참여를 결정했다. AIIB 참여로 얻게 될 실익이 막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AIIB에 가입하면 아시아 60개국 44억 명의 시장이 한층 가까워진다. 또 AIIB의 투자로 2020년까지 5조 달러의 신규 수요가 불어날 아시아 건설시장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해 수출입액 1조982억 달러로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이다. 그럼에도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세계 무역질서 재편 논의에는 머뭇거려왔다. 미·중의 눈치를 보느라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 주도의 AIIB에 참여를 미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애매모호한 상태로 갈 수는 없다.

 AIIB 가입 문제는 본질적으로 경제이슈다. 경제에 관한 한 정부는 미·중 대결 논리에 말려들면 안 된다. 철저히 국익을 추구한다는 원칙 아래 AIIB 가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미국은 그동안 AIIB의 지배구조가 중국이 독주할 수밖에 없다며 동맹국들의 참여를 반대해왔다. 하지만 영국의 참여로 흐름이 바뀌었다. 한국이 중국 중심의 지배구조를 해소하고 AIIB를 국제규범에 걸맞은 투명한 기구로 바꾼다는 전제 아래 참여한다면 미국의 동의를 얻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AIIB 초기 자본 500억 달러의 대부분을 투자한 중국은 자본금을 1000억 달러로 늘리기 위해 한국의 참여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출자금·의결권 등은 참여국의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정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럴 경우 중국이 50%의 절대적 의결권을 갖게 돼 AIIB를 마음대로 주무르게 된다. 이는 국제경제질서의 상식인 개방·협력적 구조와 거리가 멀다. 그동안 미국이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을 좌지우지한다고 비판해온 나라가 중국이니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가입에 앞서 AIIB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한 운영을 중국에 강력히 요구해 관철해야 한다. 가입을 결정한 영국과 가입을 적극 검토 중인 호주 등 우방들과 손잡고 중국을 압박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국은 AIIB 창립 멤버 가입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제한했지만 우리가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중국과 인도를 빼면 개발도상국이 대부분인 AIIB에 한국이 들어가면 그 위상은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도 한국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강화 요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거부하면 AIIB는 중국이 미국에 맞서기 위해 이웃 나라들을 끌어들인 파워게임 도구란 의혹만 강해질 것이다. 중국이 한국의 참여를 끌어내고 싶다면 국제기준에 맞는 AIIB 지배구조 청사진부터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