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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달러, 꼭대기는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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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수퍼 달러의 힘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지난 13일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전날보다 0.91 오른 100.18로 마감했다. 2003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100을 돌파했다. 반대로 유로화는 1달러 5센트가 깨지며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1.0496달러로 전날보다 1.3%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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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당수 국내 증시 전문가는 중장기적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퍼 달러를 이끄는 힘은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과 유럽의 양적완화 정책이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이 본격적으로 돈을 풀면서 달러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며 “여기에 최근 미국 고용지표의 개선으로 미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시장 전망이 쏟아지면서 달러 강세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유럽이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으로 경제가 회복한다고 해도 미국을 따라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달러 강세가 3년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 강세는 국내 수출 기업에 호재로 작용한다. 달러 강세는 기업 이익에 영향을 주는 원유값은 물론 원화가치를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원화가치와 유가가 연평균 기준보다 5% 내릴 때마다 영업이익은 약 1.4%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며 “달러 강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유가와 환율에 민감한 에너지·경기소비재·정보기술(IT)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강세론에 반기를 든 전문가도 있다. 지난 30년 가까이 국내 최장수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한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달러 강세 기조가 절정에 달해 추가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달러는 최근 1년간 20%, 올들어 10% 상승했다”며 “달러 강세가 꼭지를 찍었다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달러 강세가 지속되기 힘든 원인으로 미국 무역수지를 꼽았다. 그동안 달러 가치는 경상수지가 개선됐을 때 약세 흐름을 나타냈다. 이는 달러가 약세로 가면서 미국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3년간 달러 강세로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셰일가스 생산에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제조업 수출이 압박을 받기 시작하면 무역수지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변수로 작용한다. 그는 “역사적으로 달러 강세일 때 금리를 올린 적이 없다”며 “연준은 달러 강세로 인한 유가와 수입물가 하락의 이중 압력을 받기 때문에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준이 정책결정에 있어 7대 주요 통화(유로·파운드·엔·스위스프랑·캐나다달러·호주달러·스웨덴크로나)에 대한 교역가중 달러를 중시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이들 주요 통화에 대비한 달러인덱스는 지난해에 비해 21% 급등했다. 이는 달러 변동폭이 가장 컸던 1985년 플라자 합의 직전(18.5%)과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19.4%)을 모두 넘어서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환율시장에서 달러 변동폭이 지나치게 커졌다”며 “미국이 환율정책과 금리정책에 변화를 줄만한 심각한 상황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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