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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은 단물, 수익은 쓴물 … 커피 전문점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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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커피 가격이 해마다 오르고 있지만 커피전문점의 수익성은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매출의 30~50%를 차지하는 매장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 때문이다. 덩치는 커졌지만 실속은 없는 ‘빛 좋은 개살구’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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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전문점의 실속없는 장사는 업계 1위인 스타벅스코리아 성적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15일 스타벅스의 글로벌 연간보고서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6171억원)은 6000억원을 돌파했다. 1호점이 생긴지 15년 만의 대기록이다. 문제는 얼마나 장사를 잘 했느냐다.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6.5%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41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톨사이즈)을 팔면 266원이 남는 셈이다. 지난해 미주지역 스타벅스 영업이익률은 23.4%로 한국의 3.6배에 달했다. 한국이 속한 아시아 지역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무려 33%다.

 가장 큰 원인은 임대료와 인건비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임대료는 신규매장 개설과 기존 매장 자릿값 인상으로 매년 약 27%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임대료는 971억원, 인건비는 883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26.9%, 29.6%씩 올랐다. 두 부문의 비용 증가가 영업이익 증가율(25.3%)을 웃돌고 있는 것이다.

 임대료 부담은 커피 문화와도 관련이 깊다. 스타벅스 측은 “미국 등 서구에선 테이크 아웃 문화가 발달한 반면 우리나라는 매장에서 대화나 업무를 하는 문화가 강해 넓고 쾌적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의 스타벅스 매장은 740개. 이중 상당수가 231㎡(약 70평)이상으로 미국의 132~165㎡(약40~50평)보다 넓다. 특히 스타벅스코리아는 신규 매장 비용을 빚을 내서 조달해 이익률 악화의 원인이 됐다. 지난해 총부채는 2196억원으로 전년보다 37.3%나 늘었고 부채비율도 130%로 17%포인트 악화했다. 인건비도 줄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전점이 직영이고 99% 이상이 정직원”이라며 “퇴직금과 교육비, 상·하반기 인센티브까지 포함돼 시급이 1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다른 커피전문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 유명 커피전문점인 A사의 영업이익률도 6~7%대다. 역시 원두·밀가루·우유 등 재료 값보다는 부동산 임대료 영향이 크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임대료가 매출의 25%가 넘는 상황이라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가 되긴 어렵다”며 “좋은 상권은 월세만 4000만~5000만원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점을 하는 한 모 사장은 “보증금 7억원에 월세 1500만원을 내고 있다”며 “목 좋은 곳은 건물주가 마음대로 추가 요구를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서울 광화문이나 강남 등 주요 상권에서는 건물주가 월세 최저금액을 정해놓고 매출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한 씨는 “5~7년 임대기간이 끝나고 계약을 갱신할 때쯤 되면 일부 대기업이 더 비싼 값을 제시해 임대료를 부채질하는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논의도 커피점 주인에겐 달갑지 않다. 업계에선 “위생관리, 보안관리, 기계 관리 등 정부 규제는 갈수록 강해지는데 그런 비용은 생각 안 하나”며 “이대로 가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여서 가맹주(점주)의 생계마저 불안하게 생겼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일부 커피점들은 임대료를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매장을 중앙도로에서 이면도로로, 접근성이 좋은 1층에서 2층으로 옮기고 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가맹점주의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해 임대료가 주위 상권보다 저렴한 ‘서브스트리트(뒷골목)’ 매장 전략을 쓰고 있다”며 “이 덕분에 현재까지 두 자릿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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