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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 아줌마 44년, 전동카트 타고 모바일 앱으로 결제 … 스마트해진 '마케팅 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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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요즘 야쿠르트 아줌마는 전동카트를 타고 골목골목을 누빈다(사진 맨 오른쪽). 추억의 한 컷에 담긴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정겹다(사진 왼쪽부터 1970년대, 80년대, 90년대, 현재). [사진 한국야쿠르트]

1970년대 노란색 손수레에 유니폼을 입고 가가호호 방문하던 야쿠르트 아줌마는 ‘걸어다니는 광고판’이었다. 유산균에 대해 잘 모르던 사람들도 노란 유니폼을 입은 아줌마를 보면 특정 제품을 떠올렸다. 71년 8월 서울 종로 일대에서 47명으로 처음 등장한 야쿠르트 아줌마는 44년이 지난 현재 전국에서 1만3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세월만큼이나 변한 것도 많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손에서 손으로 제품을 건네 아날로그 휴먼 마케팅의 대명사로 꼽혀왔지만 지금은 디지털 첨단기기와 융합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기능성 섬유 등으로 무장한 ‘스마트 진화’를 통해 보다 업그레이드된 ‘마케팅 전사’로 변신 중이다.

 우선 옛날 옛적 손수레는 잊어달라. 요즘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이동형 냉장고를 장착한 탑승형 전동카트를 타고 다닌다. 직전의 전동카트가 가볍게 밀면서 나아가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두 발로 올라탄 상태에서 운행이 가능하다. 오르막길도 거침이 없다. 한국야쿠르트는 대당 800만원 수준의 탑승형 전동카트를 지난해 12월부터 800대 정도 보급했고, 올해 말 300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코코(COCO·Cold & Cool)’라고 불리는 신형 전동카트는 전기자동차의 배터리셀과 똑같은 LG화학의 중대형 리튬이온 전지를 채택했다. 하루에 한 번 8시간 정도 충전하면 하루 활동에 충분한 전력을 갖춘다. 코코의 시속은 최대 8㎞다. 이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빠른 걸음으로 한 시간에 4㎞ 정도를 걷는다는 전제하에 이를 두 배 높인 것이다. 신형 전동카트를 이용하게 되면 하루 평균 160여 명의 고객을 찾아가는 아줌마들의 활동시간(평균 6.8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여기에 냉장시스템이 탑재돼 제품 보관과 운반이 더욱 편리해졌다. 220L 용량의 냉장고에는 야쿠르트(65mL)가 3300개 이상 들어간다.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150mL)의 경우 1400개까지 담을 수 있다.

 서울 장안점에서 일하는 정진자(52)씨는 “전동카트를 타고 다니다 보면 요즘 세상 좋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근무하는 시간이 많이 절약돼 개인 여가생활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전동카트 내 냉장시스템의 온도가 외부에서 확인돼 고객들의 신뢰가 쌓이는 것은 덤이다. 전동카트의 앞면은 발광다이오드(LED)판이 달려 제품 홍보에 쓰일 수 있다. 제품 소개부터 건강 메시지까지 원하는 내용을 자유롭게 입력할 수 있다.

 노란색 유니폼에도 첨단기술이 도입됐다. 외부 활동이 많은 점을 고려해 더위와 추위에 강한 기능성 소재를 사용했다. 무엇보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유니폼이 노란색이라는 공식마저 깨졌다. 바뀐 유니폼은 유명 디자이너 정구호씨가 제작한 것으로, 기존 의상보다 젊고 활동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전보다 톤 다운한 베이지색을 기본으로 산뜻한 핑크와 주황색을 섞었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스마트한 진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아줌마에게 반드시 현금만 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옛날이야기다. 최근 야쿠르트 아줌마들에게 스마트폰의 이어폰 잭에 꽂기만 하면 즉시 결제가 가능한 이동형 결제기가 보급됐다. 스마트폰 앱과 자동으로 연계돼 결제가 이뤄진다. 또 고객이 모바일 앱을 통해 야쿠르트 아줌마 찾기를 선택하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검색된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교육받는 방법도 스마트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월 2회 해당 영업점에 모여 교육을 받았지만 현재는 모바일 앱을 통해 상시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제품 학습뿐만 아니라 다른 야쿠르트 아줌마와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최동일 한국야쿠르트 홍보이사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첨단화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고객을 찾아가 만족시키기 위한 스마트 진화의 일환”이라며 “머지않아 야쿠르트 아줌마가 구글 글라스를 착용하고 고객의 성향, 건강 상태를 파악해 맞춤형 헬스케어를 해주는 날이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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