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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록 연구』 펴낸 김용숙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사도세자의 비극을 다룬 궁중비사 『한중록』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김용숙교수 (61·숙대국문과)가 46배판 3백90페이지에 이르는 『한중록연구』를 발간함으로써 30여년간의 연구생활을 일단락지었다.
『학문의 길을 「한중록」연구로 시작한 저로서는 성취감 보다 허탈감이 앞서는군요. 곁으로 드러난 사도세자의 비극의 강도에 비해 작가 혜경궁홍씨가 「한중록」을 쓰게된 당위성에 대해선 관심이 소홀했던것 같읍니다.』
6·25사변이후 10년이나 뒤늦게 노학생으로 학문의 길에 접어든 김교수는 갖가지 굴욕과 모함을 참아내는 혜경궁홍씨의 슬기를 통해 학문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한중록』은 전4편으로 속칭 「사도세자 뒤주사건」을 주골자로 작가가 10여년 동안 기록한 일종의 증언문학.
그러나 『한중록』이 「남편을 참혹하게 잃은 과부의 한」이라는 통념에 대해 김교수는 강한 의혹을 던지고 있다.
『이조여인네들 헹실의 으뜸이 효였던 만큼 「한중록」또한 친정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한 효심에서부터 비롯된 고발이었다고 봐야 합니다. 당시 여인네들이 겪은 한을 「희생」 이라 생각하지 않고「당연한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층층시하에서 갇혀 사는 여인들의 설움이 극복된다는 묘한 아이러니를 빚고 있지요.』 그때문에 당쟁의 틈바구니에서 희생당하는 여인의 한 또한 「여자로 태어났으므로 당연히 참아야하는 일」로 여기고 있다는 김교수는 그당시 여인네 처신의 제1장은 「본것을 본데 놓고, 들은 것을 들은데 두어야 하는 입조심」이라고 들려준다.
특히 김교수는 시누이(화완공주), 시어머니(선희궁), 나이 어린 시어머니 (정순왕후)와의 처신을 슬기롭게 해낸 혜경궁홍씨의 지혜는 두고두고 옛 여인네의 지혜로 되새겨야할 것이라며 한여인이 쓴 『한중록』이 당쟁의 이면사를 파헤치는 산자료로 활용되고있어 그 의의는 더욱 크다고 덧붙인다.
이미 버클리대 등에서『한중록』의 이본7권을 발굴, 사도세자의 정신분석학적 측면으로까지 『한중록』연구의 폭을 넓힌 김교수는 앞으로 이조여인의 한과 궁중풍속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6·25사변때 피납된 부군과의 사이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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