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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디지털 부부젤라’ 시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17호 04면

금주의 신간 중 『인비저블(invisible)』의 표제어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기 홍보의 시대, 과시적 성공 문화를 거스르는 조용한 영웅들’이라는 설명은 개인 브랜드를 강조하는 이 ‘디지털 부부젤라’시대를 향한 작은 울림이었습니다.

저자 데이비드 즈와이그에 따르면 ‘인비저블’은 고도의 전문지식과 숙련도를 갖추고 조직 내에서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외부 세계로부터 공을 인정받기는커녕 무명으로 남는 데 만족하는 이를 말합니다. 마취전문의나 동시통역사가 대표적인 직군입니다.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이런 분들 덕분에 이 사회가 이만큼이라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겠죠.

그런데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이 지금까지 삶의 동기로 여겨져 오지 않았던가요. 『콰이어트』의 저자 수전 케인은 이에 대해 20세기 초 미국 문화가 “홀로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에 집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갈파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연기자라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죠.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타인의 인정이 아니라, 맡은 일을 치밀하게 처리하는 나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입니다. “찬사는 얻기 힘들고 손에 넣는 순간 도망가지만 고된 일을 통해 얻은 자부심이나 몰입감을 앗아갈 수 있는 것은 없다.”

사회적 지위나 명성보다 ‘조용한 영웅’을 더 존중하는 세상, 그런 날을 한번 기대해 봅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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