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여성 한글배우기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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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공-책'."

지난 14일 오전 10시 30분쯤 강원도 속초시 영랑동 속초YWCA. 5평 남짓한 강의실에서 열린 외국인 여성 한글 교실 초급반에서는 7명의 외국인 여성이 다소 어눌한 어투이지만 강사의 선창에 따라 열심히 단어를 읽고 있었다.

옆 교실 중급반에선 9명의 외국계 한국인 여성들이 동화 '은혜 갚은 꿩'을 교재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비교적 또박또박 문장을 읽어 나갔지만 '꿩'등 경음 발음에서는 어색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속초YWCA가 지난 4월16일부터 매주 수요일 한 차례 여는 외국인 여성 한글 교실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YWCA는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 생활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어 구사 능력을 높여 주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한글 교실 취지를 설명했다.

장경임(40)교육담당 간사는 "수강생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시어머니.시아버지 등 가족이나 친지들이 데리고 왔는 데 이제는 혼자 오고 출석률도 80% 이상 될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수강생은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속초 지역에 살고 있는 일본인(16명).필리핀인(3명).중국인(1명) 등 총 20명으로 30~40대가 대부분이다.

교실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12시까지 '초급반'과 '중급반'으로 나눠 열린다.

장석근(47.고성 오봉교회 목사)강사는 8명으로 구성된 초급반의 한국어 구사 능력이 취학전 아동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중급반(12명)은 기본적인 한글을 읽고 쓸 줄은 알아 간단한 대화도 할 수 있으나 토씨(조사) 와 동음이의어 등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외국인 여성들이 수강생이다.

전직 중등 국사 교사 출신의 중급반 박복기(63.여) 강사는 "현재 중급반은 초교 2학년 수준"이라며 "배우겠다는 열의가 워낙 강해 11월까지 교육 기간을 마치면 문장의 담긴 뜻을 이해해 웬만한 대화는 할 수 있는 초교 4~5학년 수준까지 향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속초YWCA 한글 교실은 특히 주입식 교육을 철저히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실제 강의 시작 10분전에 수강생 전원이 張목사의 기타 반주에 맞춰 '짝사랑''어버이 은혜' 등 노래를 부르며, 교재도 '매미''달'등 동시가 주로 쓰인다.

일기 쓰기를 숙제로 내는가 하면 지난 7일에는 '시부모에게 편지쓰기'시간도 가졌다.

지난 16일에는 속초 지역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탐방 행사를 가졌고, 20일에는 김장 담그기 행사를 여는 등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별도의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12년째 속초에서 살고 있는 이토오 스미에(38.일본)는 "12살난 쌍둥이 아들들이 학교에서 숙제를 받아왔을 때 도와주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속상했다"며 활짝 웃었다.

속초=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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