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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복지 지출 논의, 연금 개혁이 핵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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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신해룡
호서대 벤처대학원 교수
전 국회예산정책처장

최근 ‘연말정산 사태’와 ‘3년 연속 세수 결손’ 등이 보도되면서 국가재정에 관한 우려와 ‘증세 없는 복지’에 관한 논의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국가재정에 관한 논의는 현란한 정치적 수사를 걷어 내고 현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질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 재정상황은 외국에 비해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OECD 국가들의 평균인 109.5%에 비해 낮은 35% 수준이다. 다만 최근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가 빠르고, 한번 증가한 국가채무를 줄이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우선, 세수 부족은 단기와 장기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한다. 2012년 이후 3년 연속 세수결손은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앞으로 세입예산을 보다 신중하게 편성하고, 부족한 세입부분은 아직 여력이 있는 국채발행을 통해 충당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재정은 경기조절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경기가 나쁠 때는 적자로 운영될 수도 있기 때문에 몇 해 적자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2030년대에 가면 우리 재정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복지제도의 도입이나 별도의 복지지출 확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락과 그에 따른 세수증가의 지속적 둔화, 복지지출의 급격한 증가 등으로 향후 20년도 버티기 어려운 재정구조라는 의미이다. 현 세대가 누리는 편익의 비용을 미래세대가 부담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다음으로 수입과 지출을 구분해서 생각해 보자. 증세는 수입이고 복지는 지출에 관한 논의이다. 복지 확대를 위해 재원조달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증세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복지지출 가운데 일반 세금으로 충당하는 복지지출과 기여금, 보험료 등 별도의 수입으로 충당하는 복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복지지출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역시 공적연금 지출이다.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인 공무원연금은 2014년 적자보전을 위해 2.5조원을 국고 지원하였으며, 군인연금은 1.4조원을 지원하였다. 현재 연금수지가 흑자인 사학연금은 2023년 적자전환, 2033년 기금고갈이 예상되고 국민연금은 2044년 적자전환, 2060년 기금 고갈을 예상하고 있다. 복지지출의 확대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출 내에서 복지와 타 분야 간의 재원배분 조정에 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연금제도 개편이 핵심이다.

 복지는 남의 문제가 아닌 바로 우리들의 문제, 내 문제이자 다음 세대의 문제이다. 따라서 복지와 세금, 국가의 장래가 걸린 중대한 논의가 단순히 정치적 공방에 그치는지, 국가와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정책을 만들어 내는지 잘 살펴보고, 그 결과에 대해 모든 유권자들이 잊지 말고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신해룡 호서대 벤처대학원 교수·전 국회예산정책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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