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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위기서 살아난 박정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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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JP는 “자신이 박정희를 구명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여럿이지만 실제론 백선엽 장군이 다 했다”고 말한다. 박정희 소령이 남로당 가담 혐의로 체포됐을 때 백선엽 육군 정보국장(대령·사진)은 군 내 좌익 색출 작업의 총책임자였다.

 1949년 2월 백선엽 대령은 사형 위기에 처해 있던 박정희 소령을 만났다. 박 소령은 그에게 “한번 살려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백선엽 장군은 회고록에서 이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꼭 할 말만을 강하게 내뱉었지만, 그는 격한 감정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의연하기도 했지만 처연하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는 이런 말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그럽시다, 그렇게 해보도록 하지요.’”

 백선엽 대령은 박정희 소령이 중형을 면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봤다. 군부 내 남로당 조직책이라고는 했지만 다른 군인을 포섭하는 활동을 하진 않았다. 또 붙잡힌 뒤 자신이 아는 군대 내 남로당 조직을 수사팀에 알려줬다. 백 대령은 미군의 동의와 이응준 총참모장의 재가를 얻어 박정희의 형 집행정지 허락을 받아냈다. 백선엽 대령, 김안일 방첩과장, 김창룡 대위(1연대 정보주임) 세 사람의 보증을 받고 박정희 소령은 2심에서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백선엽 장군은 박정희의 남로당 전력에 대해 이렇게 해석한다. “그때 좌익이라는 것은 유행처럼 번지던 사조이기도 했다. 박정희 소령은 남로당의 포섭에 걸려든 경우이지만 진정한 공산주의자라고는 판단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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