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석 247명,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 정의화 국회의장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투표 결과를 발표했지만 누구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김무성·문재인 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아무 말 없이 정면만 응시했다.
‘땅땅땅’. 잠시 숨을 고른 정 의장은 의사봉을 두드렸다. 2012년 8월 16일 국회에 제출된 김영란법이 929일 만에 국회 문턱을 넘는 순간이었다.
정 의장은 “김영란법 처리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다”며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잉 입법이라는 우려가 있으니 철저한 보완책이 마련되도록 국회와 정부가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영란법 통과를 주도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잘됐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졸속 입법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엔 “토론은 충분히 했고 입법상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나중에 야당과 협의해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김무성 대표는 “찬성표를 던졌는데 좀 궁색하다”며 “법의 미비성이 있는 걸 알고도 찬성하려니까 양심에 좀…”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영란법은 이날 여야 의원총회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거치는 내내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본회의 상정에 앞서 법사위에서 여야 위원들이 앞다퉈 법안의 문제점을 제기하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정치적 상황 때문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법사위원장으로서 자괴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법사위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을 새로 추가했다.
본회의에선 새정치연합 안철수·김기식 의원이 “반부패의지를 보여야 국민 신뢰를 얻는다”며 찬성 토론에 나섰다. 반대 토론에 나선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 좀 더 완성도 높은 법, 흠결 없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부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압도적 찬성으로 김영란법이 통과됐다. 반대 표는 4명만 던졌다. 새누리당 권성동·김종훈·김용남·안홍준 의원이었다.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 새정치연합 추미애·박주선 의원 같은 중진이 기권 표를 던진 17명 안에 포함됐다.
김영란법 통과 후 청와대는 “우리 사회에서 부정부패와 적폐가 근절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정부는 국민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시행령을 신속하게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현일훈·위문희 기자 hyun.
사진=김경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