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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이 집값 댄다고 특급호텔 결혼 … 예식비만 60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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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직 교사 김미옥(가명·60·여)씨 부부는 지난해 큰딸을 결혼시키는 데 1억5000만원이 들었다. 이 중 6000만원이 예식비였다. 부부는 결국 1억원짜리 오피스텔을 급매로 팔았다.

 사돈댁은 자신들이 아파트 전세금 3억원을 내는 대신 결혼식은 서울 강남 소재 특1급 호텔에서 하고, 부대비용도 신부 쪽에서 부담하라고 했다. 우선 ‘스드메(스튜디오+메이크업+드레스)’부터 부담이 됐다. 호텔 인근 스튜디오와 메이크업숍을 고르니 600만원을 불렀다. 수입 드레스 대여에 30만~50만원, 도우미(헬퍼)와 머리 장식 등 비용을 합치자 800만원이 나왔다. 꽃 장식의 경우 ‘백합 기본’에 간소한 꾸밈을 골랐는데도 1500만원이었다. 1인당 14만원씩인 식대를 내고 나니 축의금을 보태도 3000만원이 모자랐다. 여기에 폐백과 이바지 음식, 주례비 등을 합쳐 6000만원을 지출해야 했다.

 사실 김씨 부부는 호텔 결혼식을 치를 형편이 안 됐다. 몇 년 전 남편이 사업을 그만둔 뒤 월 300만원씩 나오는 교원 연금으로 생활을 꾸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남편 명의 오피스텔에서 월 70만원씩 나오는 월세도 끊기게 된 것이다. 김씨는 “아들 결혼시킬 땐 집 평수를 줄일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딩업계에 따르면 국내 웨딩산업(예식·혼수 등 포함) 시장 규모는 2006년 6조원대에서 지난해 20조원을 넘어섰다. 1999년 예식업이 자유업으로 전환된 후 호텔 예식이 가능해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스드메’ 같은 결혼 준비비용도 덩달아 올랐다. 2000년대 초반 100만~300만원 정도이던 ‘웨딩패키지’ 가격은 현재 300만~1000만원에 달한다. 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가격을 ‘뻥튀기’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미경 한국부인총연합회 실장은 “서울 강남 일대의 웨딩업체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1~3등급을 정한 뒤 200만원씩 차등을 둬 비용을 책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관련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오지영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팀장은 “소비자들이 업체들과 손잡은 웨딩플래너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채윤경·노진호·조혜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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