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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룬 '반값 복비' … 서울시의회 4개월째 미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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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원들이 2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반값 중개수수료’ 조례 통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가 2일 반값 부동산 중개수수료 조례안을 상정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앞서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11일 임시 본회의를 열어 반값 중개수수료 조례안을 통과시켜려 했다가 미뤘다.

 지난해 연말 정부가 도입키로 발표한 반값 부동산 중개수수료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중개수수료를 낮추기 위해선 지자체 의회가 조례를 개정해야 하지만 부동산중개사협회 등을 의식면서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시민단체 등은 서민 경제에 부담을 주는 수수료를 낮춰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부동산 중개수수료 권고안에 따르면 주택 매매 가격을 기준으로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 주택은 수수료 상한선이 현행 0.9%에서 0.5%로 낮아진다. 3억원 이상 6억원 미만의 주택 전월세 수수료는 현행 0.8%에서 0.4%로 조정된다. <표 참조>

 전세 4억원의 아파트를 계약할 경우 현재는 최대 320만원의 중개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국토부 권고안이 시행되면 최대 160만원만 지불하면 된다. 국토부는 “현재 수수료 체계가 15년 전에 만들어져 현 시세와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폭등한 전셋값을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안은 지자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경기도는 도지사 발의로 국토교통부 권고안을 그대로 담은 조례안을 올해 초 발의했다. 하지만 도의회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0.5%(6억원 이상 9억원 미만 매매), 0.4%(3억원 이상 6억원 미만 전월세)로 수수료가 고정된 채 수정 통과됐다.

 중개사협회의 눈치를 보다 상한 규정을 없애고 일괄적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자 경기도의회는 본회의 처리를 미루고 이달 12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논의키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중개 수수료를 고정하면 가격 경쟁과 소비자 이익을 제한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내기도 했다.

 서울시의회 상임위의 조례안 처리는 4월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2일 열린 상임위에선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의원들은 국토부 결정을 비판하기에 바빴다.

 “국토부가 중개사와 국민의 의견을 통합하지 못하고 시에 넘겼다.” (김정태 시의원) “국토부 권고안은 국민 갈등요인을 촉발시키는 것이다.” (김희걸 시의원)

 서울시와 경기도의회가 반값 중개수수료 통과를 미룬 가운데 강원도에선 이달부터 반값 중개수수료가 시행되고 있다. 강원도의회는 지난달 본회의를 열고 주택 중개 수수료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소비자 시민단체 등은 조례안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수수료 개정을 추진하는 해당 구간의 주택 비율은 15년 전엔 1% 내외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네 집 걸러 한 집이 고가 주택 구간에 해당한다”며 “현재 부동산 시세에 맞춰 수수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매매 수수료가 낮아지면 시 전체 주택의 10% 정도가 수수료 절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강기헌·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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