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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한민국 잠수함으로 부활한 유관순 열사의 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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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3·1운동의 상징인 유관순(1902~20) 열사의 이름을 딴 군함이 탄생한다. 해군은 다음달 진수 예정인 214급(1800t급) 잠수함 6번 함을 유관순함으로 명명하기로 했다. 광복과 해군 창설 70주년, 유관순 열사의 순국 95주기를 맞는 올해 유관순함이 우리 바다를 지키게 된 것은 여러모로 뜻깊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열사에 대한 숭모의 마음이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한다.

 사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사회가 유관순 열사에게 희생에 걸맞은 예우를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그치지 않았다. 특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한선교 의원이 지난달 27일 동북아역사재단과 교육부 자료를 토대로 “유관순 열사에 대한 서술이 일본 고교 근·현대사 역사교과서 7종 중 4종에는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고교 역사 교과서 중 본문에 이를 담은 것은 8종 중 1종(지학사)에 불과했다”고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다.

지난달 25일 취임한 이혜훈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회장이 “유관순 열사는 매년 9월 열리는 순국 추모제 때 대통령의 헌화 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한 것도 마찬가지다. 건국훈장 1등급 서훈자만 대통령 헌화 대상인데 열사는 1962년 3등급을 추서받았기 때문에 대상이 아니라니 이를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교육계에서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정부에선 형식적인 예우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겠다. 상황이 이러니 일부 극단적인 인사가 ‘친일파가 만들어낸 영웅’이라는 식으로 열사의 충절을 헐뜯는 황당한 사건까지 벌어진 게 아닌가.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코와 귀가 잘리고 내 손과 발이 다 부러져도 그 고통은 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국을 잃은 그 슬픔만은 도저히 잊을 수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수 있는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 것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 유관순 열사가 작성한 유서의 한 부분이다.

이 뜨거운 애국·애족의 정신을 후손에게 가르치고 숭모하는 작업을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