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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인성교육도 주입식으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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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윤석만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윤석만
사회부문 기자

지난달 27일 오전 ‘인성교육진흥법’ 시행령 토론회가 열린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 300여 객석이 토론회 시작 30분 전부터 가득 찼다. 요즘 뜨고 있는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그대로 반영됐다. 그런데 교육부의 시행령 세부안이 소개되면서 객석의 반응은 차갑게 식었다.

 황인표 춘천교대 교수는 “시행령에서 공청회 개최 방법까지 행정절차 중심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광남중 이명호 교장은 “매년 인성을 측정하고 학교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강조돼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15개 조항 중 절반 이상이 인성교육 계획 수립, 위원회 구성, 행정협의회 설치 등 절차를 명시한 내용이었고 나머지는 인성교육 평가와 교원의 연수, 과태료 등의 규정이 다. 그러니 앞으로 달라질 인성교육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공청회까지 찾아온 교사와 학부모 입장에서는 막연하기 짝이 없다. 무엇을 인성이라고 하는지 개념조차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았다.

 시행령은 법명 그대로 인성교육을 ‘진흥’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이 담겨 있어야 한다. 정부가 어떻게 학교를 관리하고 평가할지 고민할 게 아니라 무엇을 돕고 지원할지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예비 교원을 양성하는 교·사대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기로 한 법을 토대로, 시행령은 어떻게 강화할 건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그러나 시행령엔 언급조차 없다.

 또 사업 전년도 10월까지 나온 국가수준 종합계획(교육부)을 바탕 삼아 11월까지 시·도 교육청이 시행계획을 세우고, 다시 개별 학교가 운영계획을 세우도록 했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 한두 달 만에 ‘뚝딱’ 하고 만들어진 계획에서 실효성 있는 인성교육을 기대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인성교육을 담당할 교사들이 앞으로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소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아직도 학교 현장에선 인성을 도덕·윤리 중심의 전통적 개념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인성은 시민의식 같은 사회성과 자기조절 능력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시행령에서 인성의 개념과 범위부터 명확히 규정해야 학교 현장에서 실제 교육을 할 때 혼선이 없다. 시행령이 어렵다면 하위 규칙을 통해 학교급별로 추구해야 할 인성의 덕목과 역량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바른 인성은 타율에 의해 길러질 수 없으므로 ‘주입식’이어선 곤란하다. 인사를 통해 예절은 가르칠 수 있어도 그 안에 담긴 존경과 배려의 마음까지 강제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개된 시행령만 보면 교육부가 인성교육도 그간의 입시교육처럼 주입식으로 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윤석만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