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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노부부 700명이 말하는 사랑의 지혜 30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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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 모든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칼 필레머 지음
김수미 옮김, 토네이도
368쪽, 1만4000원

지난해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관객 수 500만을 넘기며 한국 독립영화의 흥행 기록을 새로 썼다. 이 영화는 강원도 횡성의 한 산골 마을에서 고운 빛깔의 커플 한복을 입고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노부부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노부부의 소박한 사랑 이야기가 놀라운 흥행 성적으로 전세대를 아우르는 콘텐트임을 입증한 것이다. 인스턴트 관계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한 사람과 해로하는 지고 지순한 사랑 이야기에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생을 완성하는 가장 아름다운 길은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에게 꼭 맞는 짝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어렵게 짝을 만난다 해도 매일 수많은 갈등에 직면한다. 하루 이틀 덤벼드는 일상에 부닥치다 보면 처음 찬란했던 관계는 빛이 바래게 마련이다. 어느덧 시들어버린 관계를 회복하고자 여러 해법을 고민해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사회학자이자 인간 생태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 칼 필레머 교수는 ‘관계 전문가’라고 할 만한 65세 이상 노부부 700여 명을 3년에 걸쳐 조사했다. 평균 43년, 최장 7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부부로 살아온 노인들을 대상으로 결혼 관계를 현명하게 풀어가는 방법을 파헤친 것이다. 심층 면접 조사를 비롯한 음성 녹취, 구술 기록, 항목별 코드화 등 사회학적 정성분석법을 사용했다.

 이 책은 심층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노부부들의 생생한 조언을 30가지 항목으로 정리했다. 잘 맞는 짝을 선택하는 법, 커플 간의 대화법, 자녀 양육과 인척 문제까지. 스트레스의 연속인 결혼 생활을 현명하게 극복하는 비결을 담았다. 특히, 사랑과 결혼에 대한 노부부들의 진솔하고도 현명한 조언이 생생한 육성과 함께 전달된다. 어지럽게 엉켜 풀리지 않는 관계 속에서 막막하다면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생각보다 아주 많이 힘들 거야. 누군가와 1년 365일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같이 지낸다는 게 그리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지. 모든 걸 내팽개치고 포기하고 싶은 심정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야. 하지만, 늘 마음속으로 생각하지. 내가 이 결혼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난 이 생활을 원해, 남편을 사랑한다고.” -사만다 존스(80세, 결혼 47년차)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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