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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컨설턴트 의사들의 '요양병원' 승승장구 전략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요양병원은 지난 10년간 40%나 급증하면서 양적 성장을 이뤘다. 반면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낙인찍힌 동시에 과잉 공급과 경쟁 심화로 폐업율도 덩달아 높아졌다. 의료기관의 질을 높이면서도 수익까지 증대할 수 있는 묘책은 없을까. 서울 와이즈 요양병원 원장들이 진행한 경영 혁신 사례가 한국병원경영학회지에 게재돼 소개한다.

서울 와이즈 요양병원은 김치원·배지수 원장을 주축으로 운영되고 있다. 두 원장은 모두 서울대 의과대학 출신이면서 맥킨지·베인엔컴퍼니에서 의료경영 컨설턴트로 일한 이력이 있는 것이 특이점이다.

서울 와이즈 요양병원은 2012년 8월 경기도 의왕 지역에 설립됐다. 요양병원 홍수 속에서 이들은 수익 증대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배지수 원장은 “수익성 증대 프로젝트 수행은 비즈니스의 가장 기본적인 공식에서 출발했다”면서 “수익 증대를 위해선 매출을 높이는 노력과 비용을 낮추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젊고 열정있는 의사 내세운 요양병원 마케팅”

특히 마케팅 전략을 타 병원들과 다르게 짰다. 현재 요양병원 구분은 대체로 가격이 비싼 곳에서 싼 곳까지 나열하는 방식이 가장 흔하다.

예를 들어 보바스병원·참병원 등은 가격을 높게 받는 프리미엄 병원의 대표주자다. 반면 요양병원 중에서는 열악한 환경의 수준 낮은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도 허다하다. 심지어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되는 곳도 존재한다.

또한 요양병원 운영자 입장에서 홍보에 자주 활용하는 또 다른 축은 ‘효’다. 실제 요양병원 명칭에 ‘효’ 단어가 들어가는 곳이 많다. 홍보 문구의 경우 ‘가족과 같이 환자를 모신다’, ‘내 부모님 같이 효심으로 모시겠다’ 등 효 마케팅이 상당수다.

배 원장은 “결국 우리나라 요양병원들은 ‘가격이 비싼 곳↔싼 곳’, ‘효심이 높은 곳↔적은 곳’ 이라는 두 가지 축 상에서 위치하려고 경쟁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와이즈 요양병원은 새로운 축을 개발하는데 공을 들였다. 가장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차별점으로 병원에 젊은 의사들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젊고 열정있는 의사들이 진료하는 요양병원’이라는 메시지를 개발해낸 것이다.

배지수 원장은 “고객 중에는 나이가 많고 경험 많은 의사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런 고객들은 와이즈 요양병원 고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젊고 열정있고, 그래서 의학적 자존심을 유지하고, 교과서적 진료를 하는, 즉 순진하고 때 안 묻은 의사들이 진료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전달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 절감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요양병원 설립 초기 환자수 130명 정도면 손익분기점을 넘겨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빗나갔기 때문이다.

설립 이후 매출액 대비 비용과 환자수를 모니터링한 결과,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보니 환자수가 140명에 육박해도 겨우 손익분기점 수준이었다.

“구매처 다각화·내부 거래 장터 마련”

이에 따라 비용절감을 위해 비용 구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직원 급여, 의사 급여, 4대 보험 등 인건비 항목, 지급 임차료 등은 건드리기 어려웠다. 광고 선전비의 경우 매출 증대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항목이여서 비용 절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배지수 원장은 “비용 절감 항목들을 크기 순으로 나열해보니 총 25개 항목 중 상위 7개 항목이 전체 비용의 82%를 차지하고 있었다”면서 “이 중 간병비, 식재료비, 의약품 비용, 의료기기, 건물관리비, 수도광열비, 의료소모품 등을 비용 절감 대상 우선 항목으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실질적인 행동에도 들어갔다. 식재료비는 구매처 다각화를 택했다. 기존 한 업체에서 일괄 납품 받던 것을 항목별로 저렴한 곳을 찾아 구매하기로 했다.

또 유동식의 경우 기존 한 업체에서 납품받던 곳을 3곳 회사를 찾아 서로 경쟁시키며 가격 인하를 유도했다. 배지수 원장은 “유동식의 경우 11%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의약품 역시 기존 도매상 한 업체와 거래하는 방식 대신 비용 비중이 큰 의약품을 대상으로 제약회사를 직접 접촉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당 정액제를 적용 받는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이 절실하므로 여러 회사를 접촉해 거래를 시작하고 인근 요양병원을 소개해주는 방식으로 협상했다. 그 결과, 약제비의 24%를 절감했다.

의료소모품 비용 절감에는 내부 거래 장터를 만들어 활용했다. 병원에서 쓰는 모든 물품은 내부 거래 장터에 등록 하고 각 병동 수간호사, 물리치료실, 원무과 등에서 가상의 코인을 지급했다.

모든 사용 물품을 요청할 때는 반드시 내부 거래 장터에 주문을 하게 하고, 창고지기로 한 직원을 선정해 주문이 있을 때만 물품을 전달토록 했다.

이런 방식이라면 병동별, 부서별 물품 사용량이 월 단위로 집계되고, 각 부서장들이 물품 사용량을 관리해 재고 관리가 용이하다.

배지수 원장은 “이런 전반적인 수익 개선 노력을 통해 비용은 전체적으로 11% 감소하는 효과를, 매출 역시 증대되는 효과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특히 비용 절감에 성공하려면 경쟁 병원끼리 컨소시엄을 만들어 공동구매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란 조언이다.

배지수 원장은 “지역 5개 병원이 공동구매를 하게 되면 원거리 업자들이 매력을 느끼고 해당 지역으로 사업을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는 세탁물·의료폐기물 업체뿐 아니라 다른 모든 구매 항목에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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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기자 sun@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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