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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교통사고 사망자 왜 줄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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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고승영
서울대 교수

‘아이가 타고 있어요(Baby in Car 또는 Baby on Board).’

 요즈음 자동차의 뒷 유리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과연 이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캐나다에서 큰 교통사고로 차 안에 보이는 사람들을 구조했으나, 폐차장으로 옮겨진 사고차량의 뒷좌석에서 다음 날 사망한 아기가 발견됐다. 사고 때는 무사했는데 밤새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Baby on board’ 문구를 부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많이 알려진 얘기이다. 사실 이 내용의 진위는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진위를 떠나 이 메시지는 “천천히 가는 걸 이해해주세요.”, “함께 안전운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아이가 타고 있지 않을 때에도 스티커를 그냥 붙이고 심지어 난폭운전을 일삼는 차가 많다.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부끄러운 일이다.

 2014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4762명으로 전년의 5092명 비해 6.5% 감소했다. 승용차 대중화의 초기인 197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 2012년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년도에 비해 늘어난 데 깜짝 놀라, 그 후 2년 간 집중적으로 교통안전 대책을 추진한 결과다. 하지만 이러한 일로 기뻐하는 우리의 모습이 자랑스럽지만은 않다.

 2014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인구 10만명 당 9.5명 꼴이다. 매일 13명 이상의 고귀한 국민 생명이 교통사고로 사라지고 있다. 이는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구 10만명 당 3명 수준인 교통안전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더우기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 연평균 감소율은 교통안전 선진국의 5~8% (2000~2010년)에 비해 턱없이 낮다. 보행자 사망률 역시 OCED국가 중 최상위권인 37%에 이르고 있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전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교통법규 위반단속 강화 등의 교통안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정부의 교통안전 정책목표는 교통사고 사망자 50% 감소였으며, 현 정부의 목표는 2017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30% 감소를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작년의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가 왜, 어떻게 달성되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의 감소가 단지 정책강화의 효과인지, 국민들의 교통안전의식 제고의 결과인지, 아니면 또 다른 요인이 작용을 하였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물론 교통사고라는 것이 수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이지만, 그만큼 교통안전에 대한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교통안전 선진국으로의 발돋움을 위해서는 먼저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명확한 원인파악은 맞춤형 교통안전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교통안전 예산의 부족문제를 해결하고, 교통안전 문제를 종합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교통안전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고승영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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