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아내 돌보던 70대, 부인 살해 후 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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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에서 70대 노인이 투병 중인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뒤 본인도 자해를 시도했다.

26일 경기 안산 상록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0분쯤 해경 신고전화(122)로 임모(73)씨가 "내가 아내를 죽였다"고 신고했다. 해경으로부터 신고 상황을 넘겨받은 경찰은 임씨 주거지인 안산시 상록구의 한 빌라 지하방으로 출동했다. 임씨는 오른쪽 손목에 피를 흘린 채 발견됐다. 그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안방에선 임씨의 아내 김모(72)씨가 흉기에 찔려 숨져 있었다. 방에선 임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미안하다. 그동안 사는 것이 힘들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임씨 부부는 그동안 미혼인 큰 아들과 함께 살아왔다. 임씨는 수 년 전부터 부인 김씨가 폐결핵 등의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해지자 홀로 돌봐왔다. 그러다 자신도 신부전증을 앓는 등 건강이 악화되면서 부인을 돌보는 게 힘들어지자 부인을 살해하고 본인도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신고가 해경으로 들어간 것은 임씨가 노안 탓에 번호를 잘못 누른 것으로 보인다"며 "임씨 부부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아니지만 같이 사는 아들도 고정 수입이 없는 등 임씨 부부의 생활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임씨가 안정을 찾는 대로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한 뒤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안산=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